[내일의전략] 되는 것에 집중하기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 2008.04.17 16:06

블루칩·주도주조차 발빠르게 취하고 버리는 베팅

뉴욕증시가 2% 급등한 것에 비해선 만족할 수 없는 하루였다. 개장초 고점을 찍은 뒤 후장에서 저점을 낮추는 전형적인 '전강후약' 장세였다.
물론 120일 이평선이 위를 가로막고 있고 수급에 개선되는 점도 없으니 뉴욕이 떴다고 무조건 오를 장은 아니다.
뉴욕은 지난 1일 급등분을 만회한 정도지만 코스피지수는 월초보다 1.5% 가량 오른 상태기 때문에 레벨부담도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그나마 외국인이 6일만에 순매수로 돌아서며 1556억원을 순매수했기에 이틀간 상승세가 유지될 수 있었다.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가 목에 찬 상태에서 외국인마저 순매도를 고수했다면 하락 마감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장이 재미가 없고 알맹이가 빠진 것처럼 공허한 느낌을 주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미증시가 올랐어도 경기둔화 우려감이나 중국 증시 하락세를 외면할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치고 올라가는 장세를 기대할 수는 없다.

하루 수백억원씩 펀드로 자금이 유입된다고 하지만 상장지수펀드(ETF)에 국한된 것일 뿐 국내 수급을 개선시킬 변수는 떠오르지 않고 있다. 전날까지 5일 연속된 외국인 주식 순매도 행진을 프로그램 매수로 대응할 뿐 투신권에게 딱히 묘안이 없는 상태다.

여전히 1600∼1800의 박스권이라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설사 경기선인 120일선을 돌파하더라도 안착을 기대하는 것은 과욕이다.
지난해 코스피지수가 1800선을 넘을 때부터 펀드로 자금유입이 본격화됐고 1900선을 넘어 2000선이 눈에 잡힐 때 거래 공방이 일어났던 점을 기억하다면 1800대로 올라선다고 해서 탄탄대로가 열리는 것은 아니다.
현재와 같이 수급상황이 좋지 않는 상황에서 하루 5조원의 거래량으로 1800선 위에 촘촘히 널려 있는 각종 걸림돌을 해소하는 것은 역부족이다.

그렇다고 시장이 꺾일 것을 예상하고 선물을 판다든가 풋옵션을 사는 것도 성급한 일이다. 이날처럼 뉴욕증시 한방이면 지수하락을 예상했던 매도베팅은 단숨에 전사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1800선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대부분이 인정하면서도 지수가 떨어지지 않는 것은 기대감에 기초한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어느정도 마무리됐고 상하이지수 반토막으로 중국 증시 버블도 상당부분 해소됐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지지 않겠냐는 희망이 좀 더 강한 편이다.
중국과 인도의 성장세가 여전하고 이머징 국가의 개인 소득이 증가하고 있는 점을 참고한다면 비록 지수가 박스권에 갇혔다고 해도 종목별로는 충분히 대응할만한 것이 있다고 보는 게 주식하는 사람들의 자세다.

소재주, 화학주, 단순 기계업종의 경우 작년 정점을 끝으로 추세가 끝났다고 보는 것이 중론이지만 레벨 부담을 느낀 주도주가 쉴 때 단타성으로 발빠른 접근을 할만한 재료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IT전자, 자동차가 당장은 힘에 겨운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주도주의 입지를 단기간에 상실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 템포를 조절하는 치고 빠지기 전략을 반복할 필요도 있다.

장이 재미없고 위도 밑도 다 막힌 박스권이라고 단정하면서 넋놓고 있어봐야 남는 게 없다. 어떻게든 움직이는 종목을 골라 선제적,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만이 수익을 내는 길이다.

황창중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진통이 계속되겠지만 위쪽 개연성을 조금 더 열어놓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 "아무것도 안된다고 하지말고 되는 쪽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빠질만큼 빠진 시장, 그러나 상승추세를 타기에는 부족한 게 많은 시장에서는 블루칩, 주도주조차 발빠르게 취하고 버리는 선택과 집중이 필수 베팅 요소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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