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 제일화재 인수로 대형사 꿈

머니투데이 김성희 기자 | 2008.04.17 16:03

(종합)제일화재 지분 11.46% 확보..적대적 M&A 불사

메리츠화재제일화재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힘에 따라 보험업계 첫 손보사간 M&A(인수합병)가 성공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16일 정기이사회를 열어 제일화재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메리츠측은 17일 제일화재 최대주주인 김영혜씨에게 인수제안서를 보내 김씨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 20.68%를 매각할 의향이 있는지 타진키로 했다.

김영혜씨가 이를 수락하지 않을 경우 메리츠화재는 적대적 M&A를 감행할 방침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메리츠, 제일화재 인수추진 왜? = 메리츠화재는 메리츠금융그룹 계열사인 메리츠종금과 더불어 평소 우호적 관계에 있는 한진중공업 계열회사인 한국종합기술, 한일레저 등 모두 4개사를 통해 현재 제일화재 지분 11.465%를 이미 취득한 상태다.

제일화재는 최대주주인 김영혜씨가 20.68%를 보유하고 있고 KB자산운용이 6.55%, 그린화재가 2.77% 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김영혜씨가 보유한 지분을 메리츠측이 인수할 경우 32.145%를 메리츠측이 확보하게 된다. 메리츠화재는 제일화재의 30% 지분만 확보하면 최대주주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제일화재 지분 6.5%를 보유하고 있는 KB자산운용측과도 조만간 접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KB자산운용측이 제일화재 지분 매각 의사를 밝혀온다면 매력적인 가격에 인수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메리츠화재는 매출 기준으로 손보업계 5위를 달리고 있는 중견보험사다. 그러나 대형사로 분류되는 '빅4'와 차이가 크다. 그렇다고 중소형사로 분류되기에도 억울하다. 메리츠화재의 시장점유율은 8% 수준이지만 중소형사들은 2~3%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형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중소형사 중 한 곳을 인수해 규모를 키울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자체적으로 볼륨을 키우기에는 한계가 있고 시일도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특히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 시행을 앞두고 대형화와 겸업화가 금융권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고, 보험업법 개정도 보험사간 활발한 M&A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도 M&A 추진을 하게 된 배경이다.

업계 6위인 제일화재를 인수해 회사를 적정 규모로 키워 업계 2위로 도약하겠다는 것이 메리츠화재측의 계산이다.

현재 메리츠화재는 지주회사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자회사로 메리츠증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산운용사 설립 예비인가를 받은 상태다. 또 메리츠증권 자회사로 메리츠종금이 있다.

◇제일화재, 대책마련 부심= 제일화재는 메리츠측의 의도를 사전에 간파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제일화재는 허를 찔린 듯 당황한 분위기 속에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제일화재측은 일단 "매각 의사가 없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상태다. 최대주주인 김영혜씨는 최대한 차분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화재 관계자는 "매번 주식을 파고 사는 것에 대해 피드백하기가 쉽지 않다"며 "메리츠측이 지난해 4% 수준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을 뿐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7월부터 제일화재를 인수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 기간 준비하고 거래소 공시를 통해 깜짝쇼를 펼친 것이다.

이 관계자는 "오늘 저녁께 최대주주에게 인수제안서가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후 꼼꼼히 검토해보고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제일화재는 2월말 현재 시장점유율 3.5%로 업계 6위 자리를 확보하고 있다. 2월말 현재 당기순이익 39억원, 총자산 1조5845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말 기준 지급여력비율은 138.7% 수준이다. 경영실적 면에서 부실하지는 않지만 안정적인 것도 아니다.

메리츠화재측은 인수 대상으로 제일화재를 선정한 이유와 관련 "제일화재의 실적 부진 이유가 보험영업부문의 펀더멘털이 부실해서가 아니라 새누리저축은행 투자 및 관리부실, 사업비 효율 부진 때문이라고 파악하고 있다"며 "우리가 인수를 하면 효율개선으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M&A 성공할까= 메리츠화재의 M&A는 성공할 수 있을까. 메리츠화재측은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제일화재 최대주주가 지분 매각 의사를 밝힌다면 가장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바로 비우호적인 방법으로 인수 절차를 밟아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감독당국은 업계에서 일어나는 M&A는 자율사안인 만큼 감독당국이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감독당국과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메리츠화재가 제일화재를 적대적으로 인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제일화재 최대주주인 김영혜씨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누나인 점을 감안하면 한화측에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화 측은 "다각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혜씨 측이 도움없이 적대적 M&A를 방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면 가장 좋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계열사가 아닌 상황에서 한화그룹이 어느 정도까지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또 메리츠화재가 제일화재를 인수할 자금이 충분한지도 미지수다. 최근 증자를 하기는 했지만 제일화재를 인수할 정도로 자금이 확보됐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계열사간 컨소시엄 형태로 인수할 것"이라며 "자금은 충분하지만 필요하다면 제3의 우호적인 펀드를 확보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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