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저녁 살테니 세금 많이내라"

워싱턴(미국)=송기용 기자 | 2008.04.17 12:29

(상보)'방미' 이명박 대통령, 워싱턴에서 재계 인사들과 만찬

"이름표를 앞에 떼어 놓으세요. 다 아는 사람들인데..."

16일(현지 시각) 저녁 미국 워싱턴 윌라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 수행경제인들의 만찬회장은 화기애애했다.

환하게 웃는 얼굴로 만찬장에 들어선 이 대통령은 테이블을 돌며 조석래 전경련 회장 등 경제계 인사 26명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이 대통령은 "제가 이름 모르는 사람은 오늘 이자리에 없네요, 사진 찍더라도 이름표 없이 하는 것이 좋잖아요"라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이어 "오늘 사실은 여러분들 오시는데 불편이 많았을 겁니다. 나도 옛날에 (현대건설 CEO할때) 따라다녀서 잘 알거든요"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이 터졌다.

이 대통령은 "경제계 수행단이 미국에서 한 몫을 하고 있어 고맙다"고 치하하고 "한국투자설명회 등을 통해 미국 측이 한국을 보는 분위기가 좀 바뀌었는데, 그런 인상을 미국에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 자리가 공식적인 것은 아니고 (미국 방문후) 하루 지났지만 수고가 많다는 점에서 대접하는 것"이라며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마음껏 하시고,오늘 만찬은 사회도 없이 합시다"라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자고 말했다.

만찬을 지켜본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취재기자들이 빠지고 본격적인 만찬이 시작되면서 대통령과 재계 인사들의 격의 없는 대화가 이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대통령은 "조석래 전경련 회장이 오늘 저녁식사 값을 내겠다고 했는데 내가 주최한 것인 만큼 나랏 돈으로 사겠다. 비싼 저녁 대접했으니 세금들 많이 내시라. 세금 많이 낸 사람은 와인도 좀 많이 드시고..."라고 농담했다.


이희범 무역협회장은 "대통령이 현장을 중시하는 것 보고 놀랐고 수행 경제인에게 저녁을 사는 것도 처음이라 기분 좋다"며 "오늘 미국 경제계 초청 오찬에서 (미국측 인사들이) 한마디로 신뢰가 간다는 반응을 보였는데, 이것이 진정한 실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은 "오늘 뉴욕에서 열린 투자설명회에서 노사문제를 책임지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노총 위원장이 대통령을 공식 수행한 것은 처음있는 일인데 앞으로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할 일 하겠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이 대통령이 당선 후에 일하는 모습을 보고 진정성을 느꼈다. 노조도 경제주체인 만큼 노동운동도 이제 변화할 때가 됐다"며 "20년전 투쟁방식으로 계속하면 국민들이 외면할수 밖에 없기 때문에 잘못된 것은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 자리에 모인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도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는 등 노사가 상생할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요청했다.

장 위원장 발언뒤 이 대통령은 이웅렬 코오롱 회장에게 "심각한 노사문제가 있었던 코오롱 구미공장은 현재 상황이 어떻냐"고 물었다. 이 회장은 "지난해 노조파업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구미공장에 최근 가서 직접 페인트 칠을 하며 '아름다운 공장만들기 운동'에 동참했다"며 "노사가 화합하면 뭐든지 할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날 만찬 사회를 본 김중수 청와대 경제수석은 "각자의 일에 바쁜 경제계 인사들이 대통령을 수행하지 않도록 하라는 이 대통령의 엄명이 있었다"면서 "역대 대통령의 재계 수행단에 비해 이번에 규모가 작지만 업적은 많이 남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오늘 아침에 대통령과 함께 뉴욕 증권거래소를 갔는데 타종하기 전에 11.98포인트가 올랐고 15분 가량 거래소를 돌고 오자 109포인트가 올랐다. 오늘 하루 결국 258포인트, 2.08% 올랐는데 증권거래소 이사장이 대통령께 자주 오시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김 수석은 "일정을 보면 느끼셨겠지만 거의 살인적"이라며 "대통령이 어제 2시간 밖에 주무시지 못했는데 얼굴에 아무 표정 드러나지 않아 상당한 두려움을 준다"고 말해 다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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