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제일화재 격돌, 총수우애가 관건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 2008.04.17 11:14

제일화재,한화 지원 여부 변수..메리츠,M&A성공 안돼도 시세차익

메리츠금융그룹의 제일화재 인수가 성사될지의 여부는 양 사 최고경영진(또는 대주주)과 형제들간의 우애관계에 달렸다는 것이 정설이다. 특히 제일화재 대주주인 김영혜 이사회 의장과 남동생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관계가 핵심이라는 평가다.

메리츠금융그룹은 17일 제일화재 최대주주인 김영혜 의장에게 인수제안서를 보내 김 의장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20.68%에 대한 인수 의향을 타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김 의장이 이를 수락하지 않을 경우 메리츠화재는 적대적 M&A를 감행할 방침이다.

일단 제일화재는 "매각 의사가 없다"고 밝힌 상태로 대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문제는 메리츠측의 기습 공격에 대응할 시간이 많지 않고(메리츠는 회신 접수는 오는 24일까지로 못박은 상태다) 대응 수단도 마땅치 않다는 게 딜레마다.

제일화재는 지난해 매각하긴 했지만 자회사였던 새누리상호저축은행의 부실로 가용 재원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현금(현금성 자산 포함)은 526억원을 보유하고 있긴 하지만 경쟁심화와 사업비 상승 등으로 자금 여력이 탄탄하지는 않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는 주식 추가 매수가 필요한데 메리츠쪽이 경영참여를 공언한 상황에서 주가가 연일 급등하는 것도 제일화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제일화재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친족기업인 한화그룹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남매간인 김 의장의 곤란을 김승연 회장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제일화재로서는 한화그룹의 개입을 무턱대고 환영하긴 곤란하다는 평가다. 대한생명-한화손해보험 등으로 보험사를 갖고 있는 한화그룹이 제일화재 경영권을 지켜주더라도 그 대가로 궁극적으로 한화손보와 제일화재의 합병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


한국투자증권은 "제일화재의 우군으로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개입할 수 있지만 이는 궁극적으로 제일화재가 한화그룹 금융계열사로 넘어갈 가능성도 내포하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일화재로서 최상의 상황은 한화가 조건없이 돕는 것이지만 그같은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희박하다는 평가다.

한화그룹이 최근 국내외에서 왕성하게 M&A를 추진하는 것도 친족기업 문제에 관여하는 것을 꺼릴 수 있도록 만드는 요인이다. 대한생명의 그룹 완전 편입과 보험업법 개정 등에 발맞춘 금융사간 역할 분담 등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문제를 만드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반면 이에 비해 메리츠금융그룹은 친족기업은 한진중공업그룹의 도움을 받고 있다. 제일화재 지분을 사들인 곳은 메리츠화재메리츠종금 외에 한일레저, 한국종합기술(이상 한진중공업그룹 계열사) 등이 있다.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과 형인 조남호 한진중공업 그룹 회장이 힘을 합친 것이다. 이들 그룹은 지난해 지주사 재편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M&A 등에 필요한 충분한 실탄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철호 한국증권 애널리스트는 메리츠금융그룹의 제일화재 인수 추진과 관련해 "메리츠화재는 M&A가 성사시킬 경우 대형화가 가능하고 시일이 걸리더라도 차익확보는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손해볼 것 없는 장사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김영혜 의장의 고민이 시작된 상황"이라며 "이번 인수추진이 은행 등의 손보사 인수 관심 외에 보험업계 재편의 또다른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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