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 기회가 왔다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 2008.04.17 08:22

120일선 돌파 발판..외국인 향방이 관건

뉴욕증시 3대지수가 보름만에 급등했다. 월초인 지난 1일 이후 다시 2%대 급등세를 나타냈다. 기술주, 금융주, 소재주 업종이 3%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자본재, 에너지업종, 헬스케어, 소비자 필수품 관련주 등 상승 종목이 널리 확산됐다.

JP모간체이스, 인텔, 코카콜라, 웰스파고 등이 예상치를 뛰어넘거나 예상에 부합하는 실적을 내놓으면서 투자심리가 회복됐다. 한국과 달리 미국 기업 실적에 대해서는 워낙 전망이 안 좋은 상태였기 때문에 실적 발표 전후로 주가가 오르는 양상을 보였다. JP모간, 인텔, 웰스파고는 이틀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S&P500 변동성 지수(VIX)는 20.53%로 급락하며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미국채 2년물 수익률은 2%에 근접했다. 10년물은 3.6% 저항선을 가볍게 뛰어 넘었다.

따라서 전날 5일 이평선을 회복한 코스피지수가 상승세를 이어갈 발판이 마련됐다.
우하향 기울기를 나타내고 있는 120일선이 1791선에 걸쳐 있기 때문에 이날 코스피지수가 뉴욕증시처럼 2%만 상승해 준다면 그토록 바라던 경기선을 넘을 수 있다.

그러나 미달러는 약세로 치달았다. 통상 미증시가 상승세를 보일 경우 미달러가 강세를 나타내는 게 최근 패턴이었는데 전날은 미증시와 달러 방향이 엇갈렸다.
유로화는 1.598달러까지 치솟으며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달러인덱스는 71.4로 0.85% 떨어졌다.
지난 1일 미증시가 2%대 급등세를 보였을 때 달러인덱스가 1% 상승했고 유로화가 1.1% 약세를 보였던 것과는 정반대 현상을 나타냈다.

국제유가(WTI)도 마찬가지다. 지난 1일에는 WTI가 배럴당 100.98달러로 떨어지며 4월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전날 WTI는 115.14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사흘 연속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웠다. CRB상품지수도 WTI 궤적과 같다. 1일 380선까지 떨어졌던 CRB지수가 다시 사상최고치인 420선에 육박했다.

공개시장회의(FOMC) 2주전에 나오는 베이지북에서도 나아지는 점을 확인할 수 없었다. 베이지북은 미국 대부분 지역의 경기가 약화되고 소비지출이 위축됐으며 노동과 부동산 시장도 악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기업 실적 호전에 따라 주가가 급등했을 뿐 제반 여건이 받쳐주지 않았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이러한 혼조 양상을 해결할 수 있는 변수는 결국 외국인이다. 전날까지 5일 연속 주식 순매도 행진을 이어간 외국인이 미증시 급등에도 불구하고 순매수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코스피지수 상승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16일 기준 외국인의 주식 누적 순매도 규모가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올들어 지난 3월18일까지 외국인 누적 주식 순매도가 13조8441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주가 상승반전에 따라 지난 4일 12조2556억원까지 떨어졌는데 전날 14조286억원으로 늘어났다.

이는 코스피지수가 3월17일 기록했던 연저점(1537)에서 15%나 상승했지만 외국인은 오히려 매도를 늘렸다는 얘기가 된다.
지난 한달간 시장을 받친 곳은 기관과 법인이다. 증권사가 5990억원, 기타법인이 5809억원으로 매수 선봉에 섰으며 투신(1992억원), 은행(1910억원), 보험(1814억원), 연기금(2769억원)이 골고루 매수하면서 외국인과 개인의 매물을 받아냈다.

매수차익거래 잔고가 6조3162억원으로 증가하면서 연중최대치(6조4357억원)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에 기관의 추가 매수 여력이 약할 것으로 본다면 결국 수급 개선에 나설 곳은 외국인 뿐이다.

코스피가 미증시 동향과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 여부에 달려있는 천수답 신세를 면할 도리는 딱히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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