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를 믿을까, 시장을 믿을까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 2008.04.16 18:54

'학교자율화' 발표에 교육株 급등...'사교육비 절반' 공약 무색

이명박 정부는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공언했지만, 시장은 오히려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공교육 만족도를 높여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학교 자율화 3단계 추진계획'을 15일 발표했지만, 주식시장의 교육관련 업체 주가는 16일 일제히 급등세를 보였다.

코스닥시장에서 디지털대성은 장중 한 때 상한가까지 올랐다가 장 막판 밀려 전날보다 8.67% 상승 마감했다. 에듀박스(5.33%)와 능률교육(4.56%), 크레듀(2.08%) 등도 강세를 보였으며, 거래소의 대교도 4.97%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는 사교육비 급증의 원인을 학교교육 불만족에서 찾고 3단계 자율화 정책을 통해 공교육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심산이지만, 시장은 오히려 우열반 편성, 방과후학교 확대 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교과부의 29개 지침 즉각 폐지 발표에 따라 우열반 편성은 물론이고 0교시수업, 심야보충수업 등도 가능해진다. 학생들이 무한경쟁에 노출돼 사교육비가 더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시장은 초등학교 방과후 학교의 민간 영리단체 위탁경영 허용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기존에는 컴퓨터교실만 사교육업체의 진입이 허용됐지만 앞으로는 정규 교과 수업도 맡을 수 있어 사교육 업체들의 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 여기에 새 정부의 '영어 공교육 강화 대책'도 사교육 업체들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시장에는 팽배해 있다.

정부 의도대로 공교육 만족도가 높아져 사교육비가 확 줄어들 수 있을지 현 상태에서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아직 두 달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

다만 정부 대책이 사교육비 감소로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새 정부의 '자율, 다양, 분권' 교육정책은 시대변화에 맞춰 우리 학교들도 특성화, 다양화돼야 한다는 의도에서 추진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학교들이 이런 정책취지를 따를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평준화 정책의 해체로 학교간 서열이 매겨지는 상황에서 학교들은 특성화, 다양화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학업성적 올리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전교조가 이번 대책에 대해 "교육공공성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을 정부가 포기했다"고 비난하는 이유다.

게다가 학교가 학원이 불필요할 만큼의 경쟁력을 가질려면 개선해야 할 대책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교원능력 향상, 교육과정 손질, 교과서 선진화 등의 대책이 동시다발적으로, 그것도 성공적으로 수행돼야 한다.

또 정책 추진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관련 법의 정비도 필요하지만 이전 정부에서처럼 '사학법 대치정국' 같은 상황이 전개될 경우 일선 학교의 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준상 연세대 교육학과 교수는 "안해 본 것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책 시행 초기에는 시행착오가 좀 있을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자율화라는 방향을 막을 수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 교수는 "저를 포함한 교육 주체들이 애들을 볼모로 삼아 습관적 반대를 일삼기보다는 새로운 정책을 다같이 준비하는 자세를 가졌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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