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통법, 금융투자 '황금 열쇠'인가

머니위크 김성욱 기자 | 2008.04.29 08:38

[머니위크 커버스토리]자본시장 통합법

전주에서 복숭아 과수원을 하고 있는 전과수 씨. 전씨는 올해는 비도 햇빛도 적당해서 복숭아 농사의 풍년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풍년이 마냥 기쁜 것만은 아니다. 너도 나도 농사가 잘 되면 물량이 늘어 가격이 폭락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전씨는 과거에도 풍년이라 좋아했다가 낭패를 본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렇다고 농사를 망칠 수도 없다.

하지만 전씨는 서울에서 금융투자회사에 다니는 조카 덕에 올해는 풍년에 따른 가격 폭락에 대한 걱정을 접었다. 조카의 중재로 파생거래를 해 가격 폭락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009년 2월부터 그동안 기관투자가에게만 허용됐던 장외파생상품 거래가 일반인에게도 허용된다. 물론 위험회피 목적에 한해 허용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자본시장에 커다란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연재해(태풍ㆍ냉해 등), 환경변화(지구온난화 등), 경제현상(경제성장률ㆍ실업률 등) 등으로 인한 각종 위험에 대해서도 개인들이 대비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6일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안을 입법예고했다. 금융위원회는 4월28일까지 공청회 등 의견수렴 과정을 거친 뒤 금년 7월 말 최종 시행령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즉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은 지난 2006년 2월 제정 방안이 발표됐고 이후 오랜 산고를 거쳐 지난해 7월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됨에 따라 내년부터 시행되는 법이다. 여기에 금융위원회에서 자통법 시행령안이 입법예고되면서 본격적으로 가시권에 들어서게 됐다.

자통법이 자본시장의 육성을 통해 골드만삭스 등과 같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토종 대형 투자은행(IB)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큰 틀에서 논의가 시작됐지만 자통법의 시행은 일반인들이 향후 투자를 하는데도 많은 변화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번 자통법 시행령안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채권에 대한 지급보증을 할 수 있고, M&A를 추진하는 회사들에게 단기 자금지원도 가능해 질뿐만 아니라 금융업무별로 회사설립에 필요한 자기자본 요건을 달리해 소액자금으로도 특화된 투자회사 설립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특히 시행령 입법예고는 금융투자업에 대한 진입ㆍ영업ㆍ업무 규제를 대폭 완화되고 그에 맞게끔 금융업무도 세분화돼 금융기관간의 치열한 경쟁에 더욱 불을 지폈다는 점도 있지만 증권사에게 결제업무가 허용됨에 따라 일반인 입장에서는 금융기관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계기도 되기 때문이다.

일단 위험 회피목적에 한해 일반인에게 장외 파생상품 거래가 가능해 졌다는 점 외에도 증권사 계좌를 통해서도 송금, 공과금 납부 등 각종 결제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또 사모펀드에 이어 공모펀드에도 펀드 수익률에 비례해 운용사가 보수를 더 받을 수 있는 성과보수제도 도입된다. 물론 손실을 본 경우에는 기존 보수를 감액하는 조건이 포함된다. 다시 말해 수익에 따라 운용사의 보수를 달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상품ㆍ판매경로 다양화로 수수료 등 인하 기대

내년 2월 자통법의 시행으로 일반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예상 외로 클 수 있다. 우선 펀드 등 금융상품이 지금보다 훨씬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 선택 대안이 더 많아지게 되는 셈이다. 물론 지금도 많은 펀드가 나오고 있지만 자통법이 시행되면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어 좀 더 안정적이거나 좀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수많은 상품을 경쟁적으로 선보여 투자자를 유치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경쟁 심화와 다양한 투자상품이 나오게 되면 자연스럽게 펀드 수수료 인하라는 추가 혜택도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김영호 재정전략연구원장은 “투자상품이 지금보다 더 다양해지면 유통경로 즉 판매채널도 다양화된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에게 큰 이점”이라며 “2차적으로 점차 펀드판매 수수료가 낮아지는 이점도 누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자통법 시행은 투자자에게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어 “우리나라 펀드 수수료는 구미 등에 비해 높은 편인데 특히 판매보수가 높다”며 “그 이유 중 하나가 은행이 판매채널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인데 채널이 다양화되면 은행이 자세를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자통법으로 인해 금융상품시장이 판매자 위주 시장에서 구매자 위주 시장으로 옮겨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증권사의 결제서비스 허용도 투자자의 편의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예금, 송금, 공과금 납부의 경우 은행 등 수신금융기관을 통해서 하고 주식투자를 위한 상담 등은 증권사를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모든 업무를 금융기관 한 곳에서 모두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부수적인 효과로 은행들이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보통예금 금리 인상 등의 서비스를 추가함에 따라 은행 이용고객들도 추가적으로 혜택을 얻는 것도 가능 하다. 이미 증권사 CMA가 크게 증가하면서 은행들이 급여통장 금리를 잇따라 인상하는 것을 감안할때 이러한 추측이 결코 헛된 것은 아닐 것이다.

◆늘어난 투자기회 만큼 리스크 커질 수도

그러나 자통법의 시행이 일반 투자자들을 마냥 기쁘게만 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상품, 판매채널의 다변화 등은 투자자로 하여금 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게 만들고도 있다.

펀드 등 금융상품은 현재에도 일일이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홍수를 이루고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금융상품이 더욱 다양해진다면 투자자들은 선택에 앞서 상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 모든 투자의 기본원칙 중 하나는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투자자가 직접 선택하고 그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선택이 폭이 넓어진 만큼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노력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투자자의 노력이 뒤따라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금융상품의 숫자가 늘어남으로 인해 불완전판매의 가능성도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자통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이미 신설되는 투자금융회사들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자통법이 시행되면 금융상품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금융상품에 투입되는 투자자의 자금은 늘어나는 금융상품 숫자만큼 쫓아가지 못할 수밖에 없다. 결국 한정된 금액내에서 경쟁을 하다보면 자칫 금융상품의 평균적인 수준이 떨어지고 이는 결국 불완전판매로 이어지게 된다.

자본시장통합법. 이 법을 기안한 바탕이 무엇이든 간에 투자자에게 자통법은 새로운 기회인 동시에 리스크가 확대 될 수도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아직 자통법이 시행되기까지는 10개월여의 시간이 있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이다. 지금부터의 준비가 새로운 투자시대의 성공을 좌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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