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대우조선 인수명분 만들기

더벨 김민열 기자 | 2008.04.17 08:30

[대우조선 M&A]⑧'자신감' 배경에 '박태준회장'...'사업다각화'에서 명분 찾기

이 기사는 04월16일(18:48)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수년째 소극적인 관심 표명만 거듭하던 포스코대우조선해양(DSME) 인수의사를 공격적으로 밝힌 배경은 무엇일까.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연임이 결정되기 전인 2007년 2월까지만 해도 공식석상에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본업인 철강에 대한 의지가 워낙 강했던 데다 공기업이 모태인 포스코가 민간 기업들이 경쟁하는 딜에 섣불리 뛰어들 경우 자칫 정부의 견제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특히 박태준(TJ) 명예회장이 지난 1일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후 포스코가 자신감을 얻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06년 미탈의 적대적 M&A 위협에 시달리던 아르셀로의 러브콜 조차 거부할 만큼 그린필드 방식(해외에 직접 공장 건립)을 고집해오던 포스코가 본업도 아닌 조선업에 뛰어들 채비를 한 배후에는 박태준 회장의 힘이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해석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포스코의 강한 인수 의지는 대우조선해양(DSME)과의 시너지효과와 별개의 문제로 보인다.

한 외국계 투자은행(IB) 대표는 "DSME 후보 가운데 시너지 측면에서 (타 업종 후보 가운데)두산이 가장 좋아 보이고 동일 업종에서는 현대중공업과 STX 등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포스코는 DSME를 인수해도 당장 시너지효과를 내기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비단 IB업계의 평가 뿐 아니라 포스코 내부에서도 철강이 아닌 타 업종에 대한 인수합병(M&A)에 대한 신중론이 만만치 않다. 단기적으로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예측이 우세한 것이다.

우선 철강부문에서의 시너지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다. 그나마 내세우는 명분인 '안정적인 후판 수요처 확보'는 중장기적 관점에서나 가능해 보인다. 최근 수년동안 조선업 호황기를 맞아 극심한 공급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국내 후판 수요는 최대 1090만 톤, 생산은 500만톤에 그쳐 역대 최대치인 590만톤의 공급부족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오는 2011년 현대제철의 당진공장이 준공된 후부터 국내 고로 제철소가 경쟁시대를 맞이할 수도 있지만, 8조원에 육박하는 자금(DSME 인수가격 추정치)을 들일 만큼 철강에서 거둘 시너지는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배를 만들어본 경험이 전혀 없는 포스코는 DSME와의 시너지를 만들기 위해 철강 보다는 비철강, 즉 사업 다각화에서 답을 찾고 있다. 지난 11일 여의도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이동희 포스코 부사장이 "조선업 자체보다는 해양(에너지 개발) 부문에 관심이 많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동안 포스코는 광양LNG터미날 완공에 이어 한화로부터 국내 최대 민간 발전회사인 한국종합에너지(현 포스코파워)를 인수한 바 있다. 이를 통해 기존 가스 및 전력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해운, 수리조선업 등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DSME를 인수할 경우 직접적인 자원개발 비중을 자연스레 확대할 수 있다. 지난해말 현재 포스코가 해외에서 직접 개발해 조달한 철광석과 유연탄 비중은 각각 15%, 22%.

최근 M&A에 성공한 대우엔지니어링과의 시너지 효과도 주목할 대목이다. 플랜트 시공능력을 갖춘 대우엔지니어링과 DSME의 해양플랜트 기술이 결합하면 최근 급성장하는 플랜트 분야로 사업확장을 노려볼 만 하다.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설비를 생산하는 회사가 에너지 개발까지 뛰어든 사례를 찾기 힘들다는 데 있다. 광범위한 의미의 수직계열화를 이룰 수 있지만 시너지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M&A업계의 한 관계자는 "액손모빌 등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들이 에너지 개발 자체에만 주력하는 이유가 있다"며 "과거 STX가 팬오션을 인수할 당시에도 이런 점 때문에 말들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결국 포스코로서는 DSME 인수의 명분을 어떻게 만들어 내느냐가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는 셈이다.

철강과 비철강을 막론한 모든 사업 분야에서 어떤 시너지가 나올지, 그 이전에 주주와 투자자들을 설득할 합리적인 명분을 어떻게 찾아낼지 지켜볼 일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3. 3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4. 4 '日 노벨상 산실' 수석과학자…'다 버리고' 한국행 택한 까닭은
  5. 5 "곽튜브가 친구 물건 훔쳐" 학폭 이유 반전(?)…동창 폭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