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는 '돈을 몰래 굴린다'

머니투데이 박성희 기자 | 2008.04.21 08:13

실명공개 안되고 툭하면 교체… 연 5700여건 변경공시

"미국의 마젤란 펀드 피터린치처럼 유능한 펀드 매니저가 운용하는 펀드로 추천해 주세요." "네? 그런 건 모르겠는데요..."

유은정씨(33)는 얼마 전 펀드 가입을 위해 동네 은행을 찾았다가 황당해 하는 창구 직원의 답변만 듣고 발길을 돌렸다. 수천 개의 펀드 가운데 어떤 펀드를 고를지 고민하던 중 '피터 린치'처럼 유능한 펀드 매니저가 운용하는 상품을 찾으면 되겠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그런 펀드는 없었다.

이런 펀드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 펀드 매니저가 자주 바뀌는 일은 부지기수고 왜 바뀌는지조차 알 수 없는 실정이다.

14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 변경 공시 건수는 무려 5720건이며, 이 가운데 새로운 펀드 매니저를 맞이한 경우는 2823건으로 집계됐다.

운용사별로는 산은자산운용이 634건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투신운용(454건)과 푸르덴셜자산(449건), 하나UBS자산(408건), CJ자산(385건)이 뒤를 이었다.

타사 이동, 인력교체, 조직개편 등 펀드매니저 교체 이유는 다양하지만 펀드매니저 교체 여부와 이유를 일반인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힘들다. 현재 운용사들은 운용인력이 바뀔 때마다 수시공시하지만 변경 사유를 `신규' `말소'로만 표기한다.

팀 위주의 운용인력 공시도 문제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의 이수진 연구위원은 "대부분 운용사는 운용인력을 CIO나 팀 운용으로만 공시해서 실제 운용 매니저가 변경돼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같은 구조에서 펀드가 원래 설정한 운용스타일과 철학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나온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펀드매니저가 자주 교체되면 펀드 운용의 공백이 생기고, 바뀐 펀드 매니저가 펀드의 편입 주식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거래 회전율이 높아져 수수료가 늘어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박사는 "미국같은 경우 펀드매니저를 공개하는 게 시장의 관행이지만 국내 운용시스템이 팀체제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매니저 이름을 지우고 권한을 축소해 투자자들이 제대로 운용하고 있는지 감시할 방법이 사라졌다"고 꼬집었다.

 우 박사는 "펀드매니저가 공개돼야 잦은 이직이 줄고 투자자 보호 수준이 높아진다"며 "감독기관은 펀드매니저 실명을 공개하도록 법적으로 의무화해야 하며 운용사는 인력 양성과 보상체계 강화에 힘써야 한다"고 충고했다.

운용사들은 펀드 운용 인력이 늘어나 팀에 새롭게 합류하거나 내부 인사 이동도 변경으로 공시돼 실제보다 교체가 잦은 것으로 과장돼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국내 운용업계가 점차 팀 체제로 펀드를 운용하는 추세여서 일부 매니저가 들고 나는 게 펀드 운용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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