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이라니!" 은행들, 강장관 발언에 반발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오상연 기자 | 2008.04.16 11:44

"시대를 잘못 읽고 있는 것 같다" 등 격한 반응도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외환시장 투기세력으로 사실상 금융회사를 지목하자 시중은행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금융회사를 '사기꾼'으로 몰아붙이는 것에 대해 "도가 지나친 것 아니냐" "시대를 잘못 읽고 있는 것 같다" 는 등의 격한 반응도 나왔다.

강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4T CEO 과정 총원우회가 개최한 조찬세미나에 참석 "외환시장의 투기세력에 대해 재차 옐로카드를 뽑아 들었다.

그의 발언의 강도는 이전보다 더욱 세졌다. 은행에 대해서는 '지식을 악용해 선량한 시장참가자를 오도하는 세력'으로 규정했고, '사기꾼' '제거'라는 원색적인 용어까지 동원했다.

강 장관은 나아가 "잘 모르는 중소기업한테 환율이 더 떨어질 거다, 2~3년까지 환율이 절상될 거다라며 환율 헤징을 권유해서 수수료를 받아 먹는다"고 일부 은행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에 대해 A은행 관계자는 "우리가 기업들 팔을 비틀어 수수료를 챙기고 있는 것이냐"고 되물으며 "기업이 은행의 의견이 맞다고 판단해 헤징을 하는 것 아니겠냐"고 목청을 높였다.


이 관계자는 "IMF를 겪으며 기업들이 얼마나 약아졌는데, 요즘은 자금을 쓰라고 은행들이 쫓아다니며 사정을 할 정도인데 시장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바뀌는 등 일관성이 없는 게 하루 이틀 일도 아니지 않냐"고 꼬집었다.

B은행 관계자는 "외환시장에 개입하려는 수많은 세력 중 정부도 버젓히 한 세력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정부의 환율 전망이 오히려 시장참가자들에게 환투기 지침을 내려준다는 의견도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정부의 말을 믿고 환율 상승에 초점을 두고 파생상품 거래에 뛰어든 중소기업들이 장래 환율이 하락해 생길 수 있는 환차손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묻고 싶다"며 "시장에 대한 발언을 좀 더 신중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은행 관계자는 "투기세력이 있으면 찾아내 행정조치를 취하면 될 텐데 공개석상에서 금융기관을 '사기꾼'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도가 지나친 것 같다"며 "이로 인해 금융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을 어떻게 책임지겠냐"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2. 2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3. 3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4. 4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5. 5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