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현대건설 인수 통해 성장동력 확보"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 2008.04.16 10:42

[현대그룹의 공격경영①]

취임 5주년을 맞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사진)의 레토릭(rhetoric)이 올들어 바뀌었다. '감성경영'이 트레이드마크였던 현 회장이 올들어 '새로운 현대그룹 건설' '적극적 사업기반 확대' 등을 강조하고 있다.'뉴현대그룹 만들기'를 위한 공격경영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2010년 매출 20조원을 목표로 정한 현대그룹의 올해 최대 화두는 '성장'과 '변화'다. KCC 현대중공업 등과 경영권 분쟁에 소진한 역량을 성장엔진 확충에 쏟아붓겠다는 전략이다.

 현대그룹의 전체 매출은 9조5260억여원(2007년 기준). 2003년 현 회장이 취임했을 때보다 75%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현대상선(매출 약 5조원) 현대증권(약 3조원) 등 시황에 민감한 두 주력 상장계열사에 의존해야 하는 사업구조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해운업과 증권업 호황에 힘입어 성장세를 구가해왔지만 업황이 나빠질 때를 대비한 안전판은 갖추지 못했다. 현대엘리베이터(매출 약 5645억원)는 규모가 작고 비상장회사인 현대아산의 남북경협사업은 대북관계에 따라 부침이 심하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익기반이 절실한 상황에서 현대그룹이 꺼내든 카드는 현대건설을 인수하는 것이다.

 현대건설 인수는 현대그룹에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 현대상선 지분 8.3%를 보유한 현대건설을 갖게 될 경우 우호지분을 포함한 현 회장의 현대상선 지분율이 55%를 넘어 경영권이 더욱 확고해진다. 그룹의 모태였던 현대건설을 되찾는다는 상징적 의미도 있다.

 지난해 매출 5조6490억원, 영업이익 3620억원을 올린 현대건설을 그룹으로 가져올 경우 그 자체로 성장동력도 확충된다. 아울러 상선과 건설을 두 축으로 한 그룹의 사업포트폴리오가 갖춰지면서 대북사업 등 그룹 계열사들과 시너지도 가능하다. '일석사조'인 셈이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현대건설은 현재 현대그룹의 주요 사업인 종합물류, 운송기기 제조, 금융, 대북개발 등과 연계된 사업을 할 수 있다"며 "특히 대북사업에 활용할 경우 북측의 사회간접자본(SOC) 개발사업 참여를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 외에 기존 사업분야에서도 성장을 위한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핵심은 현대상선을 종합물류회사로 업그레이드하고 현대증권을 글로벌 금융투자회사로 키우는 것이다.

 현대상선은 이미 중국 베트남 인도 남미 남유럽 지중해 흑해 등 신규항로에 진출했으며 2010년까지 국내 최대규모인 86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8척 등 컨테이너선 18척을 투입할 예정이다. 부산 신항만과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전용 컨테이너 터미널을 발판으로 삼아 해운회사에서 종합물류기업으로 변모해나갈 방침이다.

 현대증권은 내년 시행되는 자본시장통합법에 맞춰 자산관리와 투자은행(IB)업무의 역량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운용업진출추진본부'와 '연금신탁본부'를 신설해 자산관리영업과 IB, 자기자본투자(PI), 퇴직연금 등 핵심 사업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했다.

 정 명예회장의 유지를 잇고 있는 현대아산은 대북사업에서 비로봉 관광상품을 추가로 내놓고 백두산관광을 새로 시작해 관광객수를 늘려 올해도 흑자기조를 이어갈 방침이다. 남북관계에 따라 변동성이 심한 대북사업 의존에서 탈피하기 위해 국내에서 건설업비중을 높여 수익기반을 다각화하는 작업도 병행중이다.

 현 회장은 "과거 성공법칙에 안주하거나 기업의 연륜만 믿고 가만히 앉아 익은 과실이 떨어지기만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닌지 냉철히 되돌아봐야 한다"며 현대그룹 전 계열사들의 '변화'를 독려하고 있다.

베스트 클릭

  1. 1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2. 2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3. 3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4. 4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5. 5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