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57) 동부증권 사장의 생각도 이와 같았다. 그는 원하는 인재의 조건으로 ‘열정’을 첫손에 꼽았다.
“뛰어난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실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머리가 좋은 사람보다는 열정 있는 사람이 결국 훨씬 더 좋은 실력을 갖게 됩니다.”
# 성공의 2가지 핵심
김 사장은 열정의 중요성과 관련해 최근 그가 읽었던 ‘몰입’이라는 책을 소개했다. “저자인 황농문 서울대 교수는 7년간 연구에만 철저히 몰입했던 자신의 경험을 책에 담고 있습니다. 황 교수는 오랫동안 몰입을 하다보면 어느 한 순간에 고민하던 문제의 해답을 얻게 된다고 했습니다.”
그 역시도 그런 경험이 있다고 했다. “회사 현안에 골몰하다가 갑자기 새벽에 잠이 깨며 아이디어가 떠올라, 바로 메모를 해서 즉시 업무에 반영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처럼 기획은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하는 게 아닙니다. 열정이 강해 진정으로 고민하는 사람만이 좋은 해결책을 낼 수 있습니다.”
이런 생각 때문에 다른 일은 임원이나 해당 부서장에게 위임해도, 직원 채용에서만은 모든 대상자의 면접을 일일이 챙긴다고 김 사장은 밝혔다. “그렇게 해서 열정이 좋은 직원들을 위주로 뽑아 놓으면, 조직의 화합에도 크게 도움이 됩니다. 열정이 있는 사람들은 매사에 긍정적이어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도 대체로 원만하거든요.”
그는 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라고도 조언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고시까지 합격했다가 프로 골퍼로 전향한 분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는 골프를 잘 치고 싶어 엄청나게 연습을 했답니다. 그런데도 실력이 잘 늘진 않았습니다. 스트레스만 받았지요. 그러다 부담없이 즐기기 시작하니 어느 한 순간에 스코어가 확 좋아지더랍니다. 이처럼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그걸 즐기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야 열정도 생기게 됩니다. 열정과 즐거움은 성공으로 향하는 가장 중요한 2가지 핵심 요소입니다.”
# 습관
김 사장은 1978년 대한투자신탁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대한투자증권 부사장을 거쳐 대투운용 사장과 동부자산운용 사장을 역임했다. “임원 시절까지 리서치 영업 종합기획 자산운용 IT 등 거의 전 분야에 걸친 업무를 골고루 다 해봤습니다. 비록 제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으나, 이런 다양한 경험이 최고경영자(CEO)를 하는 데 큰 보탬이 되는 것 같습니다.”
30년 직장생활에서 형성된 좋은 습관이 있다면 소개해달라고 했다. 그 역시 대부분의 CEO들처럼 ‘아침형 인간’이었다. “전 평소 대략 10시 반이면 취침해 5시 반이면 일어납니다. 일찍 출근해 운동하고 목욕을 하면 제 몸을 의욕적인 상태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는 아울러 ‘정리하는 습관’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순간 흘끔 그의 책상을 쳐다봤다. 서류와 자료들이 그야말로 ‘제식 훈련’을 하고 있었다. “책상 위가 어지러우면 일도 제대로 정리가 안 되는 법입니다. 뿐만 아니라 회사 일이나 모든 것을 머릿속에 그려서 정리가 빨리빨리 안 되면, 직성이 풀리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무턱대로 ‘빨리빨리’만을 우선시하는 건 아니었다. “머릿속은 빨리빨리 정리하되, 말은 한 템포 늦춰서 하려고 합니다. 직원들이 내 생각을 이해하고 따라오도록 유도해야죠. 리더는 기본적으로 판소리의 고수같은 역할을 해야 합니다. 좋은 창이 나오도록 장단을 잘 맞춰줘야 한다는 거죠. 그리고 리더 스스로가 합리적이고 바른 생각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도 리더를 따르게 됩니다.”
# 돈
증권회사 CEO와 인터뷰를 하고 있으니 ‘돈’에 관해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종자돈’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신입사원 연수 때마다 해주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요즘 젊은 직장인들의 경우, 월급을 열심히 모아봐야 집을 사는 데엔 턱없이 모자랍니다. 그러다보니 좌절해 버는 걸 대부분 쓰게 됩니다. 하지만 월급쟁이라도 작은 목돈부터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사회생활 시작할 때 목돈을 만든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는 크다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순방향으로 출발해야지 그걸 안 하면 나중에 힘들어집니다. 3년 혹은 5년 정도 ‘펀드’에 가입해 월급에서 무조건 떼어 적립하는 게 좋습니다. ‘겨우 그거 모야 봐야 어디다 쓸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돈이 얼마가 됐든 모아놓고 생각하면 결국 그 끝이 달라지게 돼 있습니다.”
끝으로 포부를 물었다. “금융산업에서 양적인 성장은 바로 해내기 힘들지만, 질적인 성장은 단 몇 년 안에도 충분히 이룰 수 있습니다. 고령화 사회를 맞아 질 좋은 금융서비스를 꾸준히 제공, 국민들의 노후생활에 보탬이 되는 ‘질적’인 면에서 우리나라의 ‘최고 증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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