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7% 때문에" 강만수의 굴레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08.04.15 19:11
"그놈의 7% 때문에…"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취임 후 첫 공식브리핑이 끝난 직후 재정부 기자실에서 내뱉은 말이다.

강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대선공약인 '7.4.7'을 설계한 장본인이다. '7.4.7.'이란 연 7% 성장, 10년 내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위 경제대국을 뜻한다.

강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7.4.7' 공약에 대해 "정치적 구호"라며 한발 더 물러섰다. 그는 "처음 '7.4.7' 공약을 내놨을 때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은 다 반대했고 경영학을 공부한 사람은 모두 찬성했다"며 "리더(대통령)는 조직에 대해 비전을 내걸고 달성을 위한 전략과 전술을 가지고 끌고 나가야 한다"며 ‘7.4.7’ 공약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지난 2월27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도 "'7.4.7' 자체는 달성 가능한 공약이라기 보다는 나아가야 할 꿈과 비전"이라고 했었다.

강 장관의 이날 고백은 자신의 '피조물'이 오히려 자신을 옭아매고 있음을 시인한 것이다. 그는 브리핑에서 "올해 목표인 6% 성장은 어렵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7%보다 낮은 6%조차 쉽지 않음을 인정했다.

강 장관은 세계 경제의 어려움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보다 1%포인트 낮췄다"며 "올해 미국이 마이너스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내수경기에 대해서도 비관 섞인 전망을 내놨다. 강 장관은 "경기가 언제쯤 바닥일지 모르겠다"며 "그러나 하반기 갈수록 안 좋아질 것이라는 것은 여러 예측에서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 장관의 고민은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고성장을 희망하며 이 대통령을 뽑은 국민들의 기대수준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강 장관으로선 올해 최소한 6%에 가까운 성장률을 올려야 대통령에게도, 국민에게도 체면이 선다. 자신을 장관으로 만들어준 대선 공약이 되레 굴레가 되고 있는 셈이다.

강 장관이 감세와 규제완화 뿐만 아니라 금리인하와 재정투입까지 경기를 부양시킬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연스레 물가는 뒷전으로 밀렸다. 강 장관은 "물가상승보다는 소비가 위축되는게 더 큰 문제"라며 "직장을 잃는 게 좋으냐, 물가가 올라가는 게 좋으냐의 문제"라고 했다.

강 장관이 경기부양 '올인'을 통해 '7.4.7.'이 부끄럽지 않은 성장을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다만 이 같은 성장 '올인'이 후유증을 낳으며 또 다른 부메랑이 돼 돌아올 지 모른다는 게 우려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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