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환차익' 사냥 나섰다

머니투데이 이규창 기자 | 2008.04.16 10:00

아시아 통화 강세 따라 환헷지 하지 않는 해외펀드 등장

중국 위안화가 급속도로 절상되는 등 아시아 통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운용사들이 '환차익' 사냥에 나서고 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국내에서도 환헷지를 하지 않는 해외펀드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자산운용사 머크(Merk)는 지난 1일 80% 이상 자산을 채권 등 아시아 금융상품에 투자해 환차익을 추구하는 '머크 아시안 통화 펀드'(Merk Asian Currency Fund)를 4억달러 규모로 출시했다.

지난해 유럽 통화를 매입해 달러에 반대로 베팅하는 펀드로 10% 이상 수익을 거뒀던 악셀 머크(Axel Merk) 펀드매니저는 "중국에 투자할때 비싼 주식의 위험부담 없이 안전하게 환차익만 취하는 것이 성공적인 투자방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달러당 7위안에서 6위안대로 접어든 중국 위안화의 가파른 가치상승에 대해 전문가들은 연내 10% 이상 추가 절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식, 채권 등 위안화 금융자산의 수익률 변동은 헷지하고 환율에 노출시키는 전략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취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특히 글로벌 운용사들은 안전자산인 채권에 투자해 안정적인 환차익을 노리고 있다. 프랭클린템플턴의 '템플턴글로벌채권-자(A)' 펀드는 통화가치 상승이 기대되는 이머징채권에 투자해 환차익을 얻고 있다. 15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이 펀드의 11일 기준 1년 수익률은 10.81%에 달한다.

UBS글로벌 자산운용도 환헷지 전략을 능동적으로 활용해 환차익을 추구하는 '아시아 채권펀드' 출시를 검토중이다. 룩셈부르크에서 설정되는 역외 펀드로 출시후 국내에서도 판매할 계획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설정된 대부분 해외펀드는 환헷지를 하고 있어 최근 달러 약세, 원화 약세의 수혜에서 비켜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일부 환헷지를 하지 않거나 환헷지 여부에 따라 클래스를 구분해 출시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신건국 한국펀드평가 과장은 "지난해부터 달러 약세 현상이 시작돼 국내에서 설정된 해외펀드도 환헷지를 하지 않거나 별도의 클래스를 구분하는 펀드들이 늘고 있다"며 "동종 펀드라 하더라도 환헷지 여부에 따라 연초 이후 수익률이 최고 9% 가량 차이가 나고 있다"고 말했다.

'푸르덴셜유로주식자(H)-A' 펀드의 경우 환헷지를 한 클래스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17.98%를 기록했지만 환율에 노출된 클래스는 -8.87%로, 환헷지 여부에 따라 9.11%p 차이가 벌어졌다.


그러나 일본과 유럽 등 선진국증시에 투자한 주식형펀드의 경우 환헷지를 하지 않아도 1년 수익률이 대부분 마이너스를 기록중이다. 환차익보다 주가하락의 손실이 더 컸기 때문이다. 아직 국내에는 '환차익'만을 노리는 펀드가 없어 투자시 주식, 채권의 수익률 하락의 위험이 존재한다.

좀더 공격적으로 환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은 해외 ETF(상장지수펀드)로 직접 '달러 약세'에 투자하기도 한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DB US Dollar Index Bearish'는 달러 가치 하락시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로 ETF로 작년 6월말 25달러 수준이던 주가가 14일 29.51달러로 3개월여동안 17% 가량 상승했다. 유로화 강세에 베팅하는 'CurrencyShares Euro Trust'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이며 같은 기간 20% 이상 상승했다.

해외 ETF 매매를 중개하는 리딩투자증권의 홍경모 팀장은 "국내 ETF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로 코스피200지수와 구성종목만을 기초자산으로 하지만 해외 증시에는 상품(Commodity)과 통화 등 다양한 자산을 ETF로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펀드투자로 '환차익'을 얻기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해외 ETF나 펀드에 가입시 달러로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 환매시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최근과 같이 달러 약세와 원화 약세가 동반 진행되는 경우라면 펀드의 환차익을 고스란히 실현할 수 있겠지만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상승할 경우 제자리 걸음이 될 수 있다.

홍경모 팀장은 "달러 강세에 투자하는 경우는 이중으로 환차익을 얻게 되므로 수익이 커지겠지만 '달러 약세'에 투자하는 경우 수익을 내기 어려울 수 있다"며 "직접 ETF를 매입할 경우 선물회사를 통해 달러 환헷지를 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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