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기관장 '물갈이' 사표 괜찮나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서명훈 기자, 반준환 기자 | 2008.04.15 11:38

(종합)"무늬만 공모제" vs "前 정부 사람 재평가 당연"

금융 공기업 기관장에 대한 '물갈이'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12일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가 사직서를 제출한 데 이어 윤용로 기업은행장과 이철휘 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도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재훈 금융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14일 정례브리핑에서 "금융 공기업 수장들의 사표가 제출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산업은행 외에 다른 분도 거취를 표명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표 제출 범위와 수리 여부, 후임자에 대해서는 "너무 이른 시점"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교체 대상에 대해 "전체적인 재신임을 묻고 있는 과정"이라며 "금융 공기업 범위는 정부가 대주주로 있거나 임원 임면에 있어 정부가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곳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인사권을 행사해온 우리금융지주와 산하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도 안전지대에 있지 않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흔들리는 금융공기업=이처럼 금융기관장의 사의 표명이 잇따르자 해당 기관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일괄사표 얘기가 나온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기관장 지시가 일선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등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며 "각종 현안이 쌓여 있는데 차질이 빚어질까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다른 공기업 관계자는 "곧 있으면 하반기 영업전략을 세워야 하는데 (CEO) 거취가 불분명한 상태라 실무 부서에서도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며 "정부가 빠른 시일내 확실한 방침을 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수장 거취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기관장의 비중이 민간기업 CEO 못지않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의 핵심 역량은 인적 인프라에 있고 그만큼 경영전략을 확정하는 CEO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공기업의 경우 상장회사가 많다는 점에서도 CEO 교체는 좀더 신중해야 한다"며 "주주 권익에 관한 문제뿐 아니라 자칫 또다른 관치금융 논란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원칙없는 교체 논란=정부 방침이 공기업 운영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공공기관운영법' 기본원칙에 어긋난다는 의견도 나왔다. 법으로 임기를 보장받은 이들에게 정권 교체를 이유로 '사표'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 시행된 '공공기관운영법'은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을 차단하기 위해 마련됐고 금융 공기업 기관장 및 임원들에 대한 검증 및 선임절차도 한층 강화됐다.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법 절차를 통해 책임과 권한을 가진 기관장들에게 일괄사표를 내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조직의 안정성을 해치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옛 정부의 '정치색'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에서 새 정부에 '재신임'을 묻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도 있다. 금융공기업의 고위관계자는 "공공기관은 정부의 투자·출자 또는 재정지원 등으로 설립·운영되는 기관으로 정부의 정책과제 등을 수행한다"며 "새 정부가 들어서면 기관장은 당연히 자신의 '거취'를 먼저 물어보는 것이 도리"라고 말했다.

◇그만 둔 기관장 보수는? = 금융 공기업 CEO들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낙마할 경우 이들의 잔여 보수는 어떻게 될까.

통상 금융계에선 CEO가 본인의 의사에 반해 퇴직할 경우 잔여임기 동안의 급여까지 모두 받도록 하고 있다. 잔여임기의 급여를 보전해주는 것은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소신있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주자는 취지다.

예컨대 2003년 외환은행은 퇴임한 이강원 행장을 경영고문으로 위촉해 3년간 6억원의 연봉을 지급했다. 임기를 채우지 못한 사외이사들에게도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을 지급했다.

국민은행도 2002년 12월 조기퇴임한 김연기 전 국민카드 사장의 잔여임기 급여를, 조흥은행은 신한지주로 인수되면서 물러난 경영진에게 위로금 형태로 급여를 각각 보전해줬다. 금융계 관계자는 "최근 중도퇴임 임원들에 대한 예우가 축소되긴 했지만 잔여임기중 급여의 일부를 보전하는 관행은 아직 남아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 공기업 기관장들은 사정이 다르다. 계약에 잔여임기 급여에 관한 조건이 붙는 곳이 거의 없다. 설령 있어도 자진사퇴한 경우에는 받을 수 없도록 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기업 관계자는 "공기업 수장들은 타의로 물러나도 자진사퇴하는 형태를 갖춘다"며 "급여로 평가받고 싶어하는 민간 경영인과 달리 공직에서 일해온 명예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사표를 제출한 금융 공기업 기관장들은 재직시기에 따른 급여 외에는 기대할 게 없다는 의미다. 단 기본급에 더해지는 경영평가성과급은 있을 수 있다. 보통 중간에 퇴직하면 기본급은 일할로 계산해 지급받는다. 성과급의 경우 다음해 전년 실적과 성과급 규모가 확정된 뒤 일할로 계산해 처리된다.

총선 출마로 지난 3월에 그만둔 유재한 전 주택금융공사 사장의 경우 오는 7월에 전년 성과급을 모두 지급받는다. 올해 1~3월 재직시 성과급은 내년 7월에 처리된다. 산업은행의 경우 성과급 확정시기는 매년 5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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