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석 "문제는 민주당의 현대화"

머니투데이 장철호 기자 | 2008.04.14 10:27

13일 자신의 홈피에 기고...당권 도전 시사

김효석 민주당 대표가 13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당원동지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18대 총선 패배원인과 당권투쟁 그리고 전당대회에 대한 입장을 게재해 당권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 원대대표는 "당의 현대화를 주제로 총선 패배의 원인을 분석하지 않고 당권 경쟁을 벌일 경우 또다른 패배의 시작이 될 것이다"고 비판했다.

또 총선 패배는 민주당을 포함한 범민주진영의 개혁과 쇄신의 성과가 국민들에게 진정성으로 다가서지 못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명박 정부의 인사파행 한반도 대운하, 건강보험, 물가 등 민생현안에 대해 목소리만 높였을 뿐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생활정치'로의 변화를 주장했다.

전당대회와 관련 김 원내대표는 1992년 영국 노동당의 '새로운 노동당'의 변화와 미국 민주당의 2006년 ‘아메리칸 드림구상(American Dream Initiative)'을 통한 집권성공과 집권 가능성이 높아진 것을 예로 들며, 민주당 전당대회를 변화된 비젼과 정책을 제시하여 '새로운 희망을 만드는 자리'로 준비하자고 강조했다.

이같은 김 원내대표의 공개적인 입장 천명은 최근 총선 직후 일부 계파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당권투쟁의 문제점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당권 도전 가능성을 강하게 어필 한 것으로 풀이 된다.



다음은 김효석 의원 기고 전문

문제는 ‘민주당의 현대화’입니다

전당대회는 ‘당의 현대화를 위한 새로운 리더십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작년 8월의 대통합부터 12월대선, 그리고 올 4월 총선으로 이어지는 지난 9개월 동안 민주당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주신 당원 동지 여러분께 깊은 존경심을 보냅니다. 아울러 당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써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대선에 이어 총선패배라는 현실이 부끄럽고, 후회스럽습니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그러나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기에, 부끄럽고 후회스러운 패배를 딛고 50년 정통정당 민주당을 재건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책무라고 믿기에 저의 개인적인 소견을 당원 동지여러분과 함께 나눴으면 합니다.

패배원인 분석 없는 당권 경쟁은 또 다른 패배의 시작

총선이 끝난 이후 많은 분들이 당의 진로에 대해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의 관심은 ‘누가 당권에 도전하느냐’에 모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당의 새로운 진로 보다는 어떤 계파가 우세한가하는 계산이 앞섭니다. 요즘 제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 가운데 하나도 ‘당권에 도전할 계획이 있는가?’하는 것입니다.

간혹 가다 대선과 총선패배의 원인을 분석하고 그 속에서 당의 미래를 찾아보자는 움직임이 있지만 ‘당권’이라는 큰 흐름 속에 묻히고 있습니다. 총선 패배 보다 더 큰 걱정이 바로 이 것입니다.

‘왜 졌는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도외시한 채 ‘누구를 중심으로 지도부를 구성할 것인가’에 당 체제정비의 무게추가 기운다면 그것은 또 다른 패배를 준비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한나라당에 패한 것이 아니라 국민께서 외면한 것

일부에서는 81석이라는 의석에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며 위안을 찾으려 하지만 이것은 분명 잘못된 생각입니다.

우리는 이번 총선에서도 지난 대선과 똑같은 대참패를 했습니다. 지난 대선과 이번 총선의 정당득표율을 비교해보면, 한나라당과 친박연대의 합은 여전히 민주당보다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한나라당에 패배한 것이 아닙니다. 국민여러분으로부터 외면 받은 것입니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범민주진영이 아직도 국민여러분과 유리돼 있음을 확인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국민여러분께서는 이번 총선을 통해 지난 대선과 마찬가지로 범민주진영이 이뤄낸 개혁과 쇄신의 진정성과 성과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아직도 부족하다, 아직 멀었다는 얘기입니다. 국민들의 변화 욕구에 부응하는 보다 큰 틀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셨습니다.

우리가 진정 부끄럽게 생각해야 할 것은 충분한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스스로가 이를 얻어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인사파행, 대운하, 건강보험, 물가 문제 등 수많은 민생사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목소리만 높였을 뿐 대안을 제시하진 못했습니다.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민주당만의 창의적인 대안제시가 부족했습니다.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기회의 다리, 오작교를 대안으로 제시했어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민주당의 목소리에 잠시 귀를 기울였지만 민주당은 국민여러분들을 붙잡지 못했습니다. 유권자들이 귀담아 들을 수 있는 메시지, 국민들이 반드시 투표에 참여해야 할 동기, 그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했습니다.

변화에 둔감했던 범민주세력에 대한 경종


범민주세력은 변화에 너무 둔감했습니다. 뒤 늦게 대통합이 변화를 위한 첫걸음임을 인식했지만 세력의 통합만 이뤄냈을 뿐 국민의 삶을 파고드는 정치, 현대화된 가치를 추구하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통합에서부터 대선, 그리고 총선에 이를 때까지 우리 모두는 누구를 앞장세울 것인지, 누구를 당의 선두에 세울 것인지에만 몰두했을 뿐 국민여러분께 무엇을 보일 것인가에는 소홀했던 것입니다.

시대가 바뀌면 정치도 바뀌어야 합니다. 정치적 리더십, 정당구조는 물론 정치의 틀 자체가 바뀌어야 합니다. 바뀌는 수준을 넘어 변화를 선도해야 합니다. 그러나 범민주세력은 여전히 70~80년대 가치인 ‘민주대 반민주’라는 틀에 갇혀 국민여러분과 괴리돼 왔습니다.

국민여러분께서는 이념을 뛰어넘는 ‘생활 정치’의 필요성을 얘기하고 있는데 우리는 마이동풍식 거대담론을 들고 국민여러분의 선택만을 강요해 온 것입니다.

다시 ‘따뜻한 생활정치’를 실천하는 현대화된 민주당이 필요합니다.

저는 지난 2006년 6월 동료 국회의원들께 ‘따뜻한 생활 정치 함께 생각해 봅시다’라는 편지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저는 “우리 정치의 고질병인 이념과 정파적 논쟁을 뛰어넘어 국민들의 삶 속으로 다가가는 정책으로 경쟁하는 따뜻한 생활정치(Life Politics)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밝혔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 또 다시 같은 주장을 펼치는 것이 안타깝지만 저는 이 길만이 민주당을 재건할 수 있는 지름길이란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전당대회는 당의 현대화를 시작하는 새로운 리더십을 창출하는 자리가 되어야

언론은 온통 민주당의 당권 얘기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리더십이라는 측면에서 누가 당권을 잡을 것인가는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는 현대화를 위한 구조물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시대에 맞는 리더십과 함께 필요한 것은 새로운 정당구조와 정치의 틀입니다. ‘현대화된 가치로 무장한 당으로 체질을 변화시키는 것’이 절실하다는 것입니다.

전당대회를 조기에 치러 당체제 정비를 앞당기는 것은 분명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그 모든 작업이 새로운 당 지도부 선출에만 매몰된다면 그것은 또 다른 실패를 예고할 뿐입니다.

지도자만 바뀌었을 뿐 인물들의 면면과 생각이 그대로인 정당에 국민여러분께서 외면했던 눈길을 돌릴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국민들은 누가 나오느냐가 아니라, 민주당이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가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왜 대선과 총선에서 패배했는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여기에서 도출된 해법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당 체제는 어떤 것인가를 함께 고민한 뒤에 이를 지도할 수 있는 인물을 찾는 것이 순서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전당대회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어야 합니다. 해외사례를 보면, 전당대회는 당의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는 자리입니다. 패배 이후에 진정한 반성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만드는 자리입니다.

1992년 노동당이 보수당에 3연패한 당시에는 많은 이들이 다시는 노동당 정권을 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처절한 반성과 치열한 토론을 통해 ‘새로운 노동당(New Labour)’으로 현대화된 정당으로 변화하자, 영국 유권자들은 노동당을 선택했습니다.

신노동당의 현대화 6가지 핵심은 ‘1)기존의 노동계층에서 중산층으로 지지연합 확산 2)세계화시대에 적응하는 정책변화 3)보수당의 고유영역 이슈 선점 4)정책실현을 위한 현대적인 수단 구사 5)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미래에 맞서는 정당 6)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춘 토니블레어’였습니다.

고든 브라운 총리가 주도하는 영국노동당은 현재도 4기 집권을 위해 더욱 당을 현대화시키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2000년과 2004년 공화당에 연패한 미국 민주당은 처절한 반성과 치열한 토론을 통해 2006년 ‘아메리칸 드림구상(American Dream Initiative)'을 발표합니다. 모든 미국인들에게 ‘1)대학학위 2)집 3)안정된 노후 4)경제성장 속의 성공’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비전이었습니다. 이러한 민주당의 현대화 노선으로 2008년 대선에서는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민주당도 처절한 반성과 치열한 토론을 통해 당의 가치와 비전을 정립해야 합니다. 미국 민주당이 2000년 8월에 채택한 하이드파크 선언(21세기 원리와 정책아젠다 성명서)과 같은 획기적인 비전을 이번 전당대회에서 만들어야 합니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고민의 시간을 건너뛰고, 또 다시 계파와 정파들만의 다툼만 남는다면 민주당 재건은 요원할 것입니다.

현대화된 민주당을 위해 헌신할 것

존경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국민여러분께서는 이번 총선을 통해 민주당에 마지막 희망의 싹을 남겨주셨습니다. 그 싹을 키워 수권정당의 재목으로 사용할 수 있느냐 여부는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민주당의 현대화, 현대화된 정치의 틀을 만드는데 저의 모든 것을 헌신하겠습니다. 저는 앞으로 새로운 민주당의 가치, 새로운 경제비전, 새로운 정책아젠다 등에 대해 여러분과 함께 토론하고, 해법을 찾아나갈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합니다.

2008년 4월13일

통합민주당 원내대표 김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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