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2.0] 돈과 선거당선… 그 게임의 법칙

손 욱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 2008.04.14 12:30
18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졌습니다. 후보자 등록과 함께 터진 한나라당 후보의 돈봉투 사건을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돈을 주고 받는 현장이 적발되었습니다. 선거는 끝났어도 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자들의 선거비용 지출이 적법했는지 계속 조사하게 됩니다.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은 왜 저마다 더 많은 돈을 쓰려고 할까요. 당선 무효의 위험을 무릅쓰고 말이죠. 이 현상은 경제학에서 중요한 분석도구로 사용되는 게임이론 모형으로 잘 설명이 됩니다.

후보자 모두 돈 안쓰는 선거를 하기로 합의하면 누가 당선되든 간에 모두에게 최선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는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돈을 더 쓰면 당선될 확률이 높아진다고 믿게 되면, 합의를 무시하고 돈 쓰는 선거를 하려는 유혹이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후보자가 같은 생각을 하게 되면 결국 모두 돈 쓰는 선거를 하는 쪽으로 균형이 형성됩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두고 '내쉬균형'이라고 부릅니다. 2001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소재가 된 노벨경제학상에 빛나는 내쉬 교수의 이름에서 딴 것입니다.

이 분석은 돈을 쓰면 실제로 당선의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가정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돈을 받은 유권자가 돈을 뿌린 후보자에게 1표를 던지는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 또 이미 표를 주려고 마음을 정한 유권자에게 쓸데없이 돈을 뿌린지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지난 1월 전미경제학회(AEA)에서 이 주제를 다룬 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Vicente저, Is vote buying effective?). 한 아프리카 국가에서의 국회의원과 대통령 선거를 대상으로 치밀하게 연구설계를 하였습니다.


결과는 예상대로 돈선거가 당선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입니다. 즉 돈을 받은 유권자가 돈을 준 후보자 쪽으로 표심을 바꾸는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특히 현역 정치인보다는 도전 입후보자에게 돈선거는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유권자의 표심을 바꾸기 위하여 살포되는 돈의 규모는 도시지역에서 더 많이 요구되었습니다. 한 가지 긍정적인 효과는 금권선거가 투표율을 높인다는 것입니다.

돈 쓰는 선거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금권선거는 부유층 후보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하는 불평등한 상황을 유발합니다. 또 선거에서 돈을 쏟아부은 후보자나 정당은 이를 회수하기 위해 수익원을 찾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이권에 개입하거나 부정부패 가능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이러한 심각한 부작용을 막기 위하여 선거 때마다 돈봉투를 감시하고 금권선거를 방지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선거구별 인구수와 읍·면·동수 등을 감안하여 선거비용 한도를 설정하고 있습니다. 일정 규모 이상 초과 지출한 경우 사법처리되고 후보자의 당선도 무효가 됩니다. 강력한 선거법입니다.

선거에서 돈이 당선의 확률을 높인다는 것이 입증된 만큼 돈 쓰는 선거를 막는 유일한 방법은 처벌의 확률과 강도를 높이는 것뿐입니다.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선관위의 선거비용 관련 고발과 수사의뢰 성과가 중요합니다. 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선거사범에 대한 혹독한 판결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금권선거를 차단하는 완벽한 해결책은 돈선거를 자행한 정치인을 오래도록 기억하여 그들의 정치생명을 끊어버리는 우리 국민의 결단력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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