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총수 수난시대의 단상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 2008.04.14 09:24
총수 수난시대다.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과 현대기아차의 총수가 뉴스의 톱을 장식하는 안타까운 일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잘못이 있으면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 마땅한 게 '법치국가'다.

하지만 그 잘못이 왜 일어났고, 어떤 형태로 이루어졌느냐의 과정을 볼 필요는 있다. 결과만을 놓고 보면 분명 잘못이다.

그러나 기업을 운영하면서 '을'의 입장에서 '갑'에게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을 한두번 겪어보지 않은 경영자들은 없을 것이다.

정치권에서의 '요구'가 있으면 무엇이든 '차'에 싣고 달려가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게 기업인이었던 시절이 얼마 지나지 않았다.

그룹 순위 10대 내에 있던 어떤 그룹 총수는 '새마을 헌금'을 못내겠다고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그룹이 일주일만에 공중분해된 경험도 있다. 어떤 총수는 기업을 뺏기지 않기 위해 청와대에 들어가 무릎을 꿇었던 적도 있다고 한다.


이를 지켜본 그룹 총수들은 '살아야 한다'는 위기감으로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정치권에 줄을 댈 수밖에 없었던 것이 현실이다. '29만원의 통장잔고를 가진 전직 대통령'이나 '보통사람'이 부르기만 하면 쏜살 같이 달려가야 하던 시절이 불과 십수년전의 일이다.

그 이후에도 제왕적 대통령이 사라지기 전까지 기업의 목숨은 정권에 달려있었다. 그 같은 잔상이 남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가슴 졸이며, 대선 때면 있지도 않은 해외

구상에 나서야 했던 것이 한국의 그룹 총수들의 형편이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같은 국가적 시스템의 문제에 기인한 잘못을 잘못으로 인정할 경우에도 이를 가혹하게 처벌해야 하느냐 데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 따라서 그룹 총수라고 해서 법의 저울 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그 행위가 개인적인 이익을 위한 것이었느냐, 아니면 기업의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느냐는 고려해 볼 필요는 있다. 법의 정신에는 정상참작이라는 게 있다.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 기여했던 부분에 대한 정상참작이 '재벌 봐주기'로 비치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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