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소환 李회장 "모든 걸 책임지겠다"

(종합2보)특검팀 비리 의혹 보강조사… 현명관 전 회장도 재소환 예정

삼성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검팀은 11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당초 예정됐던 대로 오후 2시께 특검팀에 출두한 이 회장은 특검보들에게 5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고 오후 7시께 귀가했다.

이 회장은 지난 4일 특검팀에 소환돼 11시간에 걸친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이후 꼭 일주일 만에 특검팀에 다시 소환됐었다. 특검팀은 이날을 끝으로 이 회장에 대한 조사를 모두 마무리했다.

이 회장은 조사를 마친 뒤 건물 로비로 나와 "특검팀에 두 번째 소환된 심경이 어떤가,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란 취재진들의 질문에 "모든 것이 제 불찰입니다, 도의적이든 법적이든 제가 모든 책임을 지겠습니다, 아랫사람에게는 선처해 줬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그룹 경영체계와 저를 포함한 경영진의 쇄신 문제도 깊이 생각해 볼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또 "법적인 책임을 지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란 질문에는 "책임진다고 하면 뜻이 넓어진다, 이 문제에 대해서 책임을 지겠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그는 "기소되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뜻이 있는가"란 물음에 "생각해 봐야죠"라고 대답한 뒤 대기 중이던 삼성 관계자들과 함께 승용차를 타고 특검팀 사무실을 빠져 나갔다.

특검팀은 이 회장을 상대로 특검 수사의 핵심인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함께 비자금 조성 및 정·관계 로비 의혹 등 삼성을 둘러싼 3대 비리 의혹 전반에 대한 추가 조사를 벌였다.

특히 특검팀은 이 회장에게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이 제기된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사건' 등에 직접 개입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특검팀은 또 지난 1차 조사 당시 이 회장이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전용배 상무 등 삼성전략기획실 소속 임원진들과 상반된 진술을 한 부분에 대해 재차 확인작업을 벌였다.

앞서 이 부회장 등은 특검 조사에서 "삼성 비자금은 고 이병철 선대회장의 상속재산이며 이 회장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사건' 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이 제기된 고소·고발사건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이 회장은 지난 4일 조사 당시 "전략기획실로부터 에버랜드 사채 발행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고 상반된 진술을 했었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 회장을 다시 부른 것은 마무리 수사를 위해 미진한 사항을 조사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회장을 상대로 비리 의혹 전반에 대한 추가 조사를 벌였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날 1차 조사 때와 같이 검정색 벤츠승용차를 타고 이완수 변호사와 김 준 비서팀장 등 삼성 측 관계자 2명과 함께 특검팀에 출두했다.

이 회장은 쥐색 계통 정장에 은회색 넥타이를 착용하고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특검팀 사무실 2층 로비로 들어서 포토라인에 5초가량 멈춰 섰다가 취재진들의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채 곧바로 8층 조사실로 들어갔다.

이날 한남동 삼성특검팀 사무실에는 오전부터 이 회장을 취재하려는 200여명의 내·외신 취재진들이 몰리면서 큰 혼잡을 빚었다.

경찰은 특검팀 사무실 주변에 300여명의 경력을 투입,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으나 다행히 물리적 충돌 등 별다른 사고는 없었다.

특검팀은 이 회장 소환과 함께 이날 전 상무와 황태선 삼성화재 사장 등 그룹 임원 4명을 다시 불러 비자금 의혹 등과 관련한 보강조사를 벌였다.

한편 특검팀은 10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 회장의 차명주식 보유 사실을 공개적으로 털어놓은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한나라당 제주도당 위원장)도 조만간 다시 불러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