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유예 정 회장 항소심' 왜 파기됐나

서동욱 기자, 정영일 기자 | 2008.04.11 16:39
대법원이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에 대한 항소심을 파기한 이유는 사회봉사명령으로 금전출연이나 기고, 강연을 명한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사회봉사명령이 위법해 파기를 면할 수 없는 이상 이를 근거로 내린 집행유예 판결도 함께 파기돼야 한다는 논리다.

대법원은 "사회봉사명령은 자유형의 집행을 대체하기 위한 것으로, 500시간 내에서 시간 단위로 부과될 수 있는 일 또는 근로활동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만약 사회봉사명령만 파기할 경우 집행유예 부분은 대법원 선고와 동시에 분리 확정, 집행유예와 사회봉사명령을 연계해 집행하도록 하고 있는 형법 취지에 반하게 된다.

집행유예와 사회봉사명령을 모두 파기한 만큼 사건을 다시 판단할 파기환송심은 적절한 형량을 다시 정해야 한다.

대법원은 다만 다양한 사회봉사명령의 필요성은 인정했다. 대법원은 "오늘날 범죄인의 사회내 처우에 대한 관심과 지원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고 형사정책적인 견지에서 다양하고 효과적인 사회봉사명령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동시에 대법원은 이같은 다양화가 자칫 '형벌의 개별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했다. 대법원은 "형벌의 개별화라는 이름으로 자의적이고 불평등한 형벌 집행이라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강연과 기고 등의 '형식'도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원심 판결에서 기고와 강연의 내용이 특정되지 않아 '처벌은 법에 엄격하게 규정된대로 집행해야한다'는 죄형 법정주의를 어긋난다는 것이다.

결국 기고나 강연의 경우 내용이 특정되지 않아 죄형 법정주의에서 어긋나고, 내용을 특정해 사회봉사명령을 내릴 경우 피고인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재산 사회헌납을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도 문제라고 봤다. 사회봉사가 징역형을 대체하기 위해 500시간 내에서 시간 단위로 부과될 수 있는 근로활동이라고 명시돼 있는 이상 재산 헌납을 사회봉사 명령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항소심에서는 형벌 다양화라는 측면에서 많이 고민을 해서 선고했을 것인데 아직 우리 법체계에서는 그런 다양한 형식까지 허용할 때는 아니라는 것이 대법원의 판결"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국가와 사회 전체에도 도움이 되는 바람직한 교정수단이 무엇이며 그것이 어떤 절차를 통해 실현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폭 넓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2. 2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
  3. 3 점점 사라지는 가을?…"동남아 온 듯" 더운 9월, 내년에도 푹푹 찐다
  4. 4 "주가 미지근? 지금 사두면 올라요"…증권가 '콕' 집은 종목들
  5. 5 "여보, 이자 내느니 월세가 낫겠어" 영끌 접었나…확 달라진 분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