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량신약 신화, 이젠 세계시장서 쓴다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 2008.04.11 09:11

[우물안 제약사, 세상밖으로]<6>한미약품

"다윗이 돌멩이를 들고 골리앗을 잡으러 가는 심정으로 해외진출을 진행하고 있다. 해외진출이 쉽지 않지만 '돌멩이'를 잘 다듬으면 거인도 잡을 수 있다."

↑ 장안수 한미약품 사장
장안수 한미약품 사장(사진)은 10일 "국내 제약시장은 8조원으로 개별 회사가 모두 1조원 매출을 목표로 경쟁하고 있지만 앞으로 크게 성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장 사장은 "블루오션이기에 해외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이지만 살아남기 위해 진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미약품은 제약업계에서 강력한 영업력을 바탕으로 급성장한 회사로 꼽힌다. 1997년까지만 해도 제약업계 10위에 불과했지만 2006년 매출 2위에 올라섰다. 복제의약품, 이른바 제네릭 제품 출시를 통해 이룬 성과였다. 다른 제약사보다 복제약을 빨리 내놓아 매출을 늘릴 수 있었고, 높은 수익률도 창출할 수도 있었다.

장 사장은 “이제는 상당한 노하우가 쌓여 미국·유럽 등 선진국가에도 개량신약을 출시할 정도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한미약품은 인도의 제약사 '란박시' 등과 같이 개량신약을 통한 '특허깨기' 전략을 구사할 방침이다. 오리지널약의 성분을 변경하면 특허침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을 이용한 것이다.

↑ 한미약품은 개량신약 분야에서 국내 최고로 꼽힌다.
한미약품은 오리지널 약의 성분을 바꾼 ‘개량신약’을 통해 세계시장에 진출할 방침이다. 한미약품이 그동안 개량신약에 주력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애보트의 비만치료제 ‘리덕틸’의 개량신약인 ‘슬리머’를 호주에 수출키로 했다. 연간 최저 수출규모만 2000만달러에 이른다.

특히 한미약품은 위궤양치료제 넥시움의 개량신약인 '에소메졸'을 들고 미국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에소메졸은 전세계적으로 연간 55억달러가 팔리는 ‘넥시움’의 염을 변경한 세계 최초의 개량신약이다. 한미약품은 이를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에소메졸에 대한 임상시험(IND)허가를 받고 오는 6월부터 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장 사장은 “에소메졸은 한미약품이 개량신약을 들고 미국시장에 진출하는 첫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넥시움보다 싼 가격을 무기로 넥시움의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현재 미국 약품 판매회사 3~4곳을 대상으로 제휴업체를 물색하고 있다. 장 사장은 넥시움 판매 시장의 일부만 뺏어오더라도 회사의 매출 규모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한미약품은 연구개발(R&D)에 매년 매출의 10%정도를 투자하고 있다. 수년내 연구비중은 1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연구원도 현재 230명에서 28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장 사장은 “진짜 신약을 개발하지 않는다고 한미약품을 비난하는 이들도 있다”면서도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규모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개량신약을 개발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2년부터는 기반기술(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2002년부터 기반기술(플랫폼)과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플랫폼기술이란 약효의 지속시간을 늘리거나 주사제를 먹는약으로 바꾸는 기술을 말한다. 장 사장은 “기반기술은 모든 약품에 적용될 수 있다”며 “새로운 물질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신약을 개발하는 이상의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사제를 먹는 약품으로 바꾸는 플랫폼 기술인 오라스커버리를 적용한 항암제가 이르면 오는 3분기에 제품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호르몬이 서서히 분출되게 하는 랩스커버리기술도 일본이나 미국제약사의 기술보다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 사장은 “이 두 기술은 경쟁 제약사에 비해 확실한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에 기술 수출을 진행하고 있어 이를 통한 매출신장도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임상을 진행중인 경구용 항암제 ‘오락솔’이 임상1상 마무리단계에 있고, 6개의 신약후보물질은 미국에서 전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일찌감치 중국시장에도 진출했다. 1996년 북경한미를 세웠고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북경한미는 매출 268억원, 순이익 40억원을 기록했다.

해외수출 비중이 국내 매출과 같아지는 것이 장 사장의 1차 목표다. 지난해 한미약품의 매출액은 5000억원, 이중 수출실적은 589억원이 고작이지만 앞으로 5~6년 안에는 국내와 해외에서 각각 매출 1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장 사장은 “제대로 가려면 해외수출이 국내 매출의 10배는 돼야 할 것"이라며 “제품과 기술수출 성과가 천천히 가시화 되고 있는 만큼 허황된 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한미약품이 수출중인 의약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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