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중독 3단계 치료법

김방희 생활경제연구소장 | 2008.04.22 15:50

[머니위크 칼럼]

주변에서 쇼핑 중독으로 고생하는 사람을 꽤 많이 봐 왔다. 월급이 통장으로 들어온 날 바로 잔고가 바닥 나버리는 부류들이다. 대개 20대가 많지만 나이가 들어서까지 그런 경우도 있다.

수입이 괜찮던 30대 초반, 필자도 한 때 쇼핑하는 재미에 들렸던 적이 있다. 꼭 쇼핑 중독까지는 아니더라도 쇼핑을 절제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이들은 십중팔구 벌이보다 씀씀이가 커지게 마련이다.

이들을 위한 조언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사실을 체감한 적이 있다. 아무리 좋은 얘기를 들려줘봐야 이들이 다시 쇼핑몰을 찾는 경우가 많아서다. 술이나 담배보다 쇼핑 끊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케이블 채널에서 리얼리티 쇼를 보고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쇼핑에 중독된 사람들을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 <막아라! 쇼핑 중독>이라는 영국 프로그램이었다.

매번 달라지는 출연자들은 하나 같이 쇼핑에 중독될 만한 이유가 있었다. 잘 나가는 전문직 종사자인 언니를 부러워하다 쇼핑에 중독된 이도 있었다. 친구들 사이에서 유독 수입이 적은 것을 쇼핑으로 보상받으려는 사람도 있었다. 거의 전부가 열등감에 대한 보상심리로 쇼핑을 선택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쇼핑 중독은 재무설계와 심리치료를 병행해야 치유가 됐다. 한 출연자는 언니를 만나 전문직과 가정을 병행시키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확인하고서야 불필요한 쇼핑을 그만두었다. 마찬가지로 친구들로부터 오히려 쇼핑을 즐기는 자신을 부러워 한다는 얘기를 들은 출연자도 낭비벽에서 벗어났다.

내친 김에 쇼핑 중독자들에게 필요한 지식에 대해서도 국내외 심리학자들에게 자문을 구해봤다. 그 과정에서 의지력 강화훈련이라는 흥미로운 프로그램에 대해 알게됐다.

의지력(willpower)은 근육처럼 훈련을 통해 강화시킬 수 있다. 이는 신병훈련소에서 훈련병들이 강인해지는 것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 그러나 이런 거창한 훈련만 의지력을 키워주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잘 쓰지 않는 왼쪽 손으로 이빨을 닦는 것 같은 반복적인 훈련만으로도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운동 프로그램에 두달 정도 매달리는 것만으로도 패스트푸드 섭취나 음주, 흡연을 줄일 수 있다. 자제력을 요하는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만으로도 의지력을 강화시켜 충동을 자제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다만 반복적인 활동으로 자제력을 키우는 것이 뇌의 화학 작용을 바꾼다는 견해가 유력하다.

이 두 가지를 통해 쇼핑 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고안해 볼 수 있다. 우선 당신을 쇼핑에 빠지게 만드는 요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라. 쇼핑을 통해 보상받고 싶어하는 심리의 기저에 깔린 뭔가가 있을 것이다. 그 요인을 확인했다면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만일 혼자 발견하거나 해결하기 힘들다면 주변 인물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다.

어떤 경우든 당신이 돈을 물 쓰듯 하는 것이 문제를 푸는 방식이 아니라 문제를 악화시키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달 이상 쇼핑의 매력을 잊고 매달릴 만한 반복적인 일을 찾아야 한다. 운동도 좋고 공부도 좋다. 점차 도전의 강도와 성취감을 높일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무방하다.

세 단계 과정을 거치고 나면 당신은 이제 더 이상 쇼핑광을 위한 주기도문을 외울 필요가 없다.
“오늘날 저희에게 남편의 비자카드를 주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수수료를 떼어간 자들을 용서하여 준 것과 같이 우리의 바닥난 은행 잔고를 용서하시고...아멕스!”(백영옥 소설 <스타일>에서 재인용. 원문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데이비드 에반스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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