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하기관장 '일괄 정리' 포석은?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 2008.04.10 17:51

총선 낙선자 배려용 시선도 많아

정부가 18대 총선 종료와 함께 참여정부 시절 임명된 정부 산하 기관장들에 대한 '정리'에 나섰다.

이는 새 정부가 예고한대로 노무현 '코드 인사' 교체에 나선 측면도 있지만 총선 '논공행상' 차원의 '자기사람 심기'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0일 사표가 수리된 김호식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국민의 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냈다. 김창엽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의 친분이 심평원장 임명에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이번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한 이재용 건강보험공단 이사장까지 모두 지난 정권의 '코드 인사'로 분류된다.

이들은 모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등 현 정부 인사들로부터 공식·비공식적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보건복지가족부는 김성이 장관이 오자마자 산하 기관장들로부터 일괄 사표를 받아뒀다.

공기업 경영평가와 감사원 감사도 사실상 산하 기관장들에게는 사퇴 압박 수단으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도 일부 공기업의 경우 관용차의 내비게이션 하드에 저장된 내용을 확보해 분석할 정도로 임원들의 개인 비리 포착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내주 공기업 감사가 마무리되면 감사 결과 발표와 함께 사표 제출 및 수리가 봇물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부처 가운데 최다 산하기관을 보유한 지식경제부의 경우 현재 사표 의사를 보인 산하기관 인사가 10여명 수준이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숫자는 늘어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만 '코드인사'가 아닌 전문 경영인으로서의 역량을 인정받을 경우 사표 수리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정부 관계자는 "사표 수리 여부는 그룹별로, 분야별로 하나하나 진행된다"고 말해 일괄 수리가 아닌 선별 수리도 고려되고 있음을 내비쳤다.

실제로 지난달 20일 유인촌 장관은 "역량이 검증됐다"며 오지철 한국관광공사 사장의 사표를 반려하기도 했다.

현재 사의를 표명했거나 조만간 거취를 결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 지경부 산하 기관장인 이원걸 한국전력 사장과 조환익 수출보험공사 사장, 김영남 지역난방공사 사장 등이다.

이들은 모두 산업자원부 또는 해양수산부에서 차관을 지낸 정통 관료 출신이다. 사표 수리에는 경영평가 등의 변수가 남아있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하지만 정치권 압력이 산하기관장 물갈이 폭을 결정짓는데 가장 중요한 변수라는 점은 이론이 없다는 분석이다.

여권에서는 산하 기관장 사표 수리 후 그 자리를 대신할 인사까지 구체적으로 거론하면서 물갈이를 재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의 모 산하기관 이사장 자리에는 한나라당 국회의원 후보 경선에서 낙선한 A 의원이, 국토해양부 산하 한 공기업 사장으로는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B 의원이 내정됐다는 말도 떠돌고 있다.

모 정부산하 공기업 인사는 "사실상 토끼몰이 방식으로 과거 정권 인사들을 일괄 정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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