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무게중심, '물가→경기' 이동?

머니투데이 임대환 기자 | 2008.04.10 14:49

李총재 "경기 상당폭 둔화"… 일부선 금리인하 신호 분석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경기둔화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을 놓고 향후 금리인하 신호를 보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물가 안정 예상 시점이 당초 '하반기'에 '연말'로 늦춰져 물가 상승 우려도 여전한 상태다.

◇경기 둔화 가능성=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0일 기준금리를 현행 연 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정책금리는 8개월째 동결됐다. 한은은 수출이 높은 신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소비와 투자 등 내수 부문 회복세가 둔화됐고 일부 경기관련 지표들은 경기둔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재 판매는 지난 2월 3.0%(전년동기대비) 늘어 1월(4.6%)보다 증가세가 둔화됐다. 설비투자는 1.9% 감소해 그 폭이 1월(-1.8%)보다 커졌다. 제조업 생산 증가율은 11.5%에서 10.0%로, 서비스업 생산 증가율도 7.6%에서 5.9%로 떨어졌다.

이 총재는 이와 관련 "경제성장이 상당폭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당초 미국 금융시장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우리나라 실물 쪽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봤지만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실물경제에도 점차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경기 둔화 발언은 직전 금통위 때보다 강도가 세진 것으로 해석된다.

◇물가 불안 여전= 물가 상승 불안감도 더 커졌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3.9% 상승했고, 근원인플레이션도 3.3% 올랐다.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도 3월 전기대비 0.6%로 전달(0.2%) 보다 커졌다.

이 총재는 "물가가 당분 간 목표범위(2.5%~3.5%)를 웃도는 꽤 높은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말쯤 가면 상승률이 많이 내려와 목표 범위로 들어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넘치는 시중유동성도 물가 불안을 키우고 있다. 현금통화 및 요구불예금에 2년 미만의 금융상품을 포함한 광의통화(M2)는 2월 평잔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4%가 증가, 2003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3월에는 이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한은은 예상했다.


◇금리 인하 시그널?= 이날 금통위는 지난달에 비해 경기둔화를 더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물가는 비용 측 상승압력의 확대 및 기대인플레이션 추이 등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지만 전체적인 톤은 경기둔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려 있다는 분석이다.

금통위는 지난달 생산이 견실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고 수출이 호조를 지속하고 있어 경기가 상승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날은 경기관련 지표들이 경기둔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방향을 틀었다.

이에 대해 금리인하 시그널로 보는 시각이 다소 우세하다. 공동락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경기와 인플레이션 가운데 어느 한 쪽을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해 금리를 동결한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경기하강 위험이 더욱 커지는 반면 물가는 당초 예상했던 경로를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평가한 것을 보면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명확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기대 인플레이션 추이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점을 들어 금통위가 쉽사리 금리인하를 결정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해석도 있다.

이 총재는 "방향을 정하는 시점에서는 엇갈리는 지표들이 나오게 돼 있다"며 "이것들이 잠시 주춤하다 올라갈 것인지, 둔화되는 것인지를 잘 판단해야 하는 미묘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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