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로 예방 가능한 '자궁경부암'

머니투데이 최은미 기자 | 2008.04.12 10:23
자궁경부암은 한국여성에게 발생하는 암 중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위험한 질환이다. 매년 인구 10만명당 24명에게 발생하며, 1500여명이 이 질환으로 사망한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자궁암'의 80%가 자궁경부암이다.

실제로 지난해 대한산부인과학회에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우리나라 여성이 가장 두려워하는 암으로 자궁경부암이 꼽혔다. 유방암과 위암, 대장암, 간암 등을 앞지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궁경부암이 빈발하는 30~40대 여성 응답자 3명 중 2명은 '자궁경부암이 본인에게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당연히 정기검진도 받지 않는다.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 조기에 발견하면 완전한 치료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연간 1500여명의 여성들이 이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는 것이다.

조기진단이 중요한 이유는 자궁경부암이 갖고 있는 고유의 특징에 기인한다. 암이 겉으로 보여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기에 진단만 받으면 암 전단계에서 싹을 잘라버릴 수 있다.

부인과 질환 명의로 손꼽히는 박종섭 강남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자궁경부암의 경우 암이 인체 내부가 아니라 피부에 있다고 보면된다"며 "따라서 조기에 발견하면 5분안에 수술, 완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같은 특징을 활용, 국가암검진시스템을 엄격하게 갖추고 있는 미국과 일본, 영국 등의 경우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하는 환자가 거의 없을 정도다.

자궁경부암은 원인이 밝혀진 유일한 암이다. 인유두종바이러스(HPV)라는 증명된 원인이 존재하는 것. 보통 다른 암의 경우 종류별로 상당히 다양한 원인을 갖고 있다. 같은 암임에도 원인에 따라 증상이 다르며 치료법도 가지각색이다. 자궁경부암을 '예방가능한 암'이라고 일컫는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HPV는 성적 접촉을 통해서 감염된다. 성생활을 하는 여성 10명 중 8명이 감염된다는 통계가 있을 만큼 대부분의 여성들에게 노출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교수는 "전염성 높은 독감도 안걸리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유전적으로 취약하거나 면역력이 약한사람이 아니면 바이러스에 감염되도 암까지 발전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자궁경부암은 30~50대 여성에게 많이 나타난다. 잠복기가 15~20년임을 감안할때 20~30대에 감염된 HPV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특히 젊을때 예방법에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원인이 명확한 만큼 HPV의 감염을 막아주는 백신도 개발돼 있다. 주사로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암이다. 2006년 6월 암 백신으로는 최초로 MSD의 '가다실(Gardasil)'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으며, 지난해 7월에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청도 허가했다. 지난해 9월부터 서울, 부산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예방접종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백신은 자궁경부암 원인의 70%를 차지하는 HPV 16형과 18형을 100% 차단한다. 나머지 20%를 차지하는 추가적인 HPV유형도 예방해 전체 자궁경부암의 90% 가량을 막아주는 셈이다. 암은 아니지만 생식기 사마귀의 원인이 돼 출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HPV 6형과 11형 역시 100% 예방한다.

백신은 바이러스 모양을 닮은 가짜바이러스다. 감염되기 전에 미리 주사해 해당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강화, 실제 바이러스가 왔을때 제대로 인지하고 공격하도록 하는 원리다. 9~26세 사이 여성만 접종할 수 있으며, 팔을 통해 6개월간 총 3차례에 걸쳐 맞는다.

백신은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전인 성관계 시작 전에 맞는 것이 가장 유효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따라서 미국의 경우 적정연령을 11~12세로 정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보다 성관계를 시작하는 시점이 늦다는 점을 감안, 대한부인종양학회가 15~17세로 권고하고 있다. 여기서 적정연령은 성관계가 시작되기 3~4년 정도 전에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서 나온 것이다.

최근에는 45세까지의 여성에게도 예방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며 45세까지로 적응증을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박 교수는 "성관계를 통해 HPV에 감염됐다하더라도 바이러스는 상당기간 동안 피부 표피에만 머무르는 만큼 암으로 발전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린다"며 "HPV 노출 여부에 관계없이 백신을 접종해두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26세까지만 접종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두고 있는 국내 규제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총 3번 접종해야하는 백신의 비용은 1번 당 20만원선이다. 총 60만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는 셈. 전액 본인이 부담해야하며 건강보험에서는 전혀 보조해주지 않는다. 맞기만하면 100%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호주의 경우 정부차원에서 지난해 4월부터 12~26세 사이 여성들에게 가다실을 무료로 접종해주고 있으며, 영국도 12~13세 소녀들에게 무료접종계획을 밝힌바 있다. 독일과 프랑스도 국가의료보험시스템에서 접종비용을 지원해주고 있으며, 스웨덴의 경우 보험에 적용되는 최초의 백신으로 지정했다.

박 교수는 "선진국들의 접종 권고와 지원 선례를 참고해 자궁경부암을 예방하기 위한 국가차원의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멀지않은 시일 내에 모든 여성들이 자궁경부암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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