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재평가, 평균가격의 함정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 2008.04.08 14:25

비교대상 없어 A7평균가…높을 경우 약가 인하 근거 없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매년 실시하고 있는 약가재평가 기준이 건강보험공단의 약가협상기준과 달라, 약가재평가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의약품의 가격을 결정할 때 심평원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7개 국가에 등재된 동일한 의약품의 평균 가격인 'A7평균가'를, 건보공단은 개별적인 약가인 'A7개별가'를 기준으로 약가를 평가한다.

개별약가를 기준으로 한다는 것은 평균보다 낮은 금액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는 의미다. 건보공단의 이같은 약가협상 기준은 신규로 약가를 등록할때만 적용된다. 약가가 이미 등록됐고 심평원의 재평가를 받는 약품은 개인이나 시민단체가 이의를 제기하기 전까지는 건보공단이 추가적인 협상에 나서지 않는다.

이에 따라 일부 의약품의 경우 약가재평가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A7국가 중 일부 국가에서 약가가 비정상적으로 높을 경우 평균가격도 올라가게 돼 정상적인 비교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노바티스의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글리벡의 약가는 100mg 1정에 2만3045원으로 2002년 보험에 등재된 이후 한 차례도 인하되지 않았다. 글리벡은 2006년 희귀의약품에서 해제되면서 약가재평가 대상에 포함됐다.

심평원은 지난해 하반기 글리벡의 약가재평가를 실시했지만 글리벡은 A7국가에서 동일한 함량의 글리벡 평균가가 현재 보험가보다 높아 보험등재 가격이 유지됐다. A7국가의 글리벡 약가가 급락하지 않는 이상, 현행 규정상 글리벡의 약가를 인하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 심평원의 입장이다.


건보공단은 “글리벡은 환율하락 등으로 인해 약가 인하요인이 발생했지만 일부 국가에서 글리벡 가격이 높아 평균외국가가 올라갔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약가재평가는 심평원의 담당업무이기 때문에 이를 관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글리벡 100mg의 A7지역의 평균가는 2만3387원으로 국내 가격 2만3045원 보다 더 높다. 하지만 A7지역에서 글리벡 약가는 편차가 크다. 글리벡 약값이 제일 비싼 독일은 3만2657원, 다른 국가는 대부분 2만원대 초반이다. 독일을 제외할 경우 6개국의 글리벡 평균가는 2만1842원으로 떨어진다.

심평원은 약가재평가시 A7국가의 약가를 비교대상으로 한다는 규정을 그대로 적용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심평원 관계자 “건보공단의 약가협상기준은 2006년 포지티브리스트제도 시행이후 바뀐 것”이라며 “포지티브리스트제도 시행이전 기준으로 약가결정된 약품에 대해 새로운 기준을 소급적용하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을수도 있다”고 말했다.

약가재평가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A7지역의 약가 중 최저와 최고가격을 빼고 평균가격을 구하거나 개별 약가를 참고할 수 있도록 비교기준을 다양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약값이 경제력이 높은 선진국인 A7국가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싸구려 중국산' 무시하다 큰 코…이미 곳곳서 한국 제친 지 오래
  2. 2 "결혼 누구랑? 어떻게 그럴 수 있어" 허웅이 남긴 '미련문자' 공개
  3. 3 제복 입고 수감자와 성관계…유부녀 교도관 영상에 영국 '발칵'
  4. 4 허웅 "치료비 달라는 거구나"…"아이 떠올라 괴롭다"는 전 여친에 한 말
  5. 5 "보는 사람 없어, 한 번만"…알바생 수차례 성폭력한 편의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