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어카운트 이용, 입맛에 맞는 투자 어떨까

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 2008.04.15 09:40

[머니위크]민주영의 펀드 투자학

"도대체 무슨 펀드를 가입해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어요, 차라리 믿을 수 있는 전문가가 나에게 맞는 포트폴리오를 짜서 대신 운용해줬으면 좋겠어요." 펀드 강좌에서 만난 한 할머니의 푸념이었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열심히 투자공부를 해야 하지만 아무래도 8000여 개가 넘는 펀드 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펀드를 골라 포트폴리오를 짠다는 게 그리 만만치는 않다. 이런 경우 관심을 가져볼 만한 서비스가 바로 '랩어카운트 (Wrap Account)'다. 랩어카운트란 싼다는 뜻의 '랩(Wrap)'과 계좌라는 의미의 '어카운트(Account)'가 합쳐진 말로서 여러 종류의 자산운용서비스를 하나로 싼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다.
 
랩어카운트에 가입하면 주식 등을 사고팔 때마다 수수료를 내는 일반 계좌와 달리 맡긴 자산을 기준으로 일정률의 보수(fee)만 내고 자산운용, 자산배분, 지속적인 투자평가 및 결과 보고, 주문집행 및 결제 등의 업무를 일괄 서비스 받을 수 있다. 전문가가 대신 자산을 운용해준다는 측면에서 펀드 상품과 유사한 점이 매우 많다. 펀드가 많은 사람들이 함께 타고 가는 '버스'라고 한다면 랩어카운트는 한 고객의 요구에 맞춰 주는 '택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랩어카운트는 1975년 미국 후튼증권(E.F.Hutton)이 처음 개발했으나 당시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가 1987년 10월 '블랙먼데이'를 계기로 증권사들이 장기 고객 확보를 위해 약정수수료 위주 영업에서 자산관리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미국의 메릴린치와 스미스바니증권이 이 분야에서 독보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1년 초 자문형 랩어카운트가, 2003년 10월 일임형 랩어카운트가 도입됐다. 간접투자가 활성화된 2005년 이후부터 다양한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랩어카운트는 투자하는 대상에 따라 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랩, 채권에 투자하는 채권형랩이 있으며 최근에는 간접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여러 펀드에 나눠 투자하는 펀드랩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펀드랩이란 투자자에게 맞는 펀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이를 운용해주는 서비스다. 펀드랩은 여러 개 펀드를 한 계좌에서 나눠 투자한다는 점에서 펀드투자펀드(펀드오브펀드)와 비슷하다. 하지만 펀드오브펀드는 일괄적으로 펀드매니저가 포트폴리오를 짜서 운용하는 반면 펀드랩은 자산관리 전문가가 투자자와 상의해서 펀드의 비중과 상품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또한 랩어카운트는 서비스의 범위에 따라 자문형 랩어카운트와 일임형 랩어카운트로 나눌 수 있다. 자문형 랩어카운트는 자산관리에 대한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보수를 받는 반면 일임형 랩어카운트는 증권사가 자산을 맡아 고객 대신 운용하고 보수를 받는 형태다.
 
자문형 랩어카운트는 단순히 투자 자문에 그치는 형태여서 진정한 의미의 자산관리 서비스라고 하기엔 부족한 면이 많다. 또 실제 주문은 고객이 직접 해야 하기 때문에 다소 불편했다.
 

이와 달리 일임형 랩어카운트야말로 증권사의 자산운용 능력이 충분히 발휘된다는 점에서 한 발 앞선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일임형 랩어카운트는 운용결과가 자산을 위탁한 고객에게 귀속된다는 점에서 기존 일임매매와 같다. 다만 일임매매는 주식 등의 매매를 위탁받은 증권회사가 주문 내용의 일부를 위임 받아 처리하는 일종의 위탁매매 관련 부가서비스인 데 반해 일임형 랩어카운트는 고객의 투자 판단의 일부 또는 전부를 위임 받아 투자에 관한 사항을 대리하는 간접투자상품이다. 또 일임형 랩어카운트는 일임매매와 달리 유가증권 외에도 부동산이나 실물자산 등에도 투자할 수 있으며, 계좌관리자의 자격 요건이나 최저 가입금액 등에 있어 일임매매와 차이가 있다.
 
일임형 랩어카운트라는 이름 자체가 다소 어렵게 느껴지지만 투자 절차는 전혀 어렵지 않다. 여윳돈을 일임형 랩어카운트에 투자하려는 사람은 해당 증권사의 자산관리 전문가와의 상담을 거친 뒤 투자일임계약을 맺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고객의 투자 성향 및 목적, 재무상황 등을 감안한 투자 포트폴리오가 짜여지고 주식 채권 선물 옵션 펀드 등에 대한 투자비율이 결정된다. 이 같은 절차를 밟은 다음 투자자가 맡긴 자금은 증권사의 자산운용전문가가 투자 결정이나 매매 등 전권을 갖고 운용하게 된다.
 
랩어카운트 초기 상품은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 이상이 최소 가입금액으로 정해져 있어 소액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적립식 형태로 펀드랩 상품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대폭 문턱을 낮췄다. 이와 함께 최근 증권사들이 앞다퉈 여러 형태의 랩어카운트 상품을 내놓고 있어 투자자들이 다양한 선택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랩어카운트는 다른 투자수단과 달리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자산관리 전문가에 도움을 받아 자신에게 맞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자산을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문가가 대신 운용하는 펀드라도 구체적인 펀드 상품을 투자자가 선택해야 하는 문제를 피할 수 없다. 랩어카운트의 경우 구체적인 상품 선정까지 도와준다는 점에서 투자자에게 매우 편리한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또 랩어카운트는 투자자의 여러 재무적, 비재무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투자자에게 맞는 맞춤 전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자산관리 전문가와 함께 논의해서 선호하는 투자 스타일이나 상품 유형, 투자비중 등을 결정할 수 있다. 랩어카운트는 자산의 매매 내역과 보유자산 현황을 즉시 확인할 수 있으며 언제든지 자산운용 과정을 투명하게 볼 수도 있다. 직접투자 경우처럼 빈번한 매매 거래를 하지 않아도 돼 빈번한 단기 매매에 따른 부담도 줄일 수 있다. 한 계좌에서 여러 가지 자산에 투자 관리하므로 관리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반면에 단점도 있다. 주식형랩의 경우 일반 주식투자와 마찬가지로 손실 위험이 당연히 뒤따르는 데다 자산관리 전문가에 따라 수익률의 차이가 크다. 펀드랩의 경우 랩어카운트 내에 속한 펀드 이외의 상품은 별도로 가입해야 하는 등 아직까지 투자 범위가 선진국에 비해 좁은 편이다. 또 개인의 적은 자산을 따로 관리하기 때문에 투자할 수 있는 대상의 수가 제한돼 있다.
 
랩어카운트는 어떤 자산관리 전문가에 의해 운용되느냐에 따라 성과 차이가 크기 때문에 자산관리 전문가의 선택이 중요하다. 지나치게 단기적인 시장예측에 따라 주식이나 펀드 상품을 빈번하게 교체하기보다는 장기적인 투자전략을 가지고 운용하는 자산관리 전문가를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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