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떠난 오일머니, 중국으로 몰리나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08.04.08 10:21
세계 경제의 새로운 양대 산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과 중동이 부쩍 가까워지고 있다. 반면 서브프라임 발 금융 위기에 허덕이는 미국은 중동의 오일 머니로부터 투자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8일 보도했다.

사실 몇 달 전만 해도 아부다비투자청(ADIA)과 쿠웨이트 투자청(KIA)은 금융 위기를 겪고 있던 미국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미국 기업들의 몸값이 매력적인 수준으로 하락했다는 판단에서였다.

두바이 투자청과 쿠웨이트 투자청은 씨티은행과 메릴 린치에 각각 투자했다. 쿠웨이트투자청은 올 1월에 메릴린치와 씨티그룹에 총 50억 달러를 투자했고 아부다비투자청은 지난해 씨티그룹에 75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 거래에서 두바이 투자청과 쿠웨이트 투자청은 씨티은행과 메릴린치의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투자금을 되돌려 받을 수 있는 보증을 받았다. 그러나 FT에 따르면 달러 약세가 지속되면서 미국에 투자한 중동 국부 펀드들의 부담이 누적되고 있어 미국 투자 지분은 일종의 '계륵'이 돼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중국과 중동의 경제 협력 관계는 갈수록 긴밀해지고 있다.

최근 중동과 중국이 급격히 가까워진 이유는 기본적으로 넘처나는 오일 머니의 투자처를 찾고있는 중동과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을 원하던 중국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금융 위기를 겪고있는 미국이 더 이상 안정적인 투자처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중동과 중국의 경제 협력 관계가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주에는 셰이크 무하마드 두바이 통치자 겸 아랍에미리트(UAE) 총리가 후진타오 주석을 예방했다. 양국의 지도자는 서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데 뜻을 같이했다.


UAE와 중국 간 교역액은 2003년 50억달러에 그쳤으나 지난해에는 4배 수준인 200억달러를 기록해 두 나라의 교역 관계는 매우 공고한 상황이다. 원유와 중국산 저가 제품의 교역에 초점이 맞춰졌던 양국 경제교류 범위도 최근에는 부동산 금융 통신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양측 국부펀드간의 관계도 점차 긴밀해지고 있다. 쿠웨이트 투자청의 바데르 알 사드 총재는 최근 중국 국부 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 고위 관료들과 수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아부다비 투자청의 간부들도 중국투자공사와의 공조를 늘려나가고 있다. 쿠웨이트 투자청은 2006년 이후로 중국 공상은행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 9월 이후에는 위임 대표를 중국에 파견해 부동산 투자를 타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며칠 뒤에는 세계 최대 국부펀드 아부다비 투자청과 카타르의 고위급 대표들이 베이징을 방문할 예정이다.

중국은 중동 지역의 투자를 이끌 만한 요소를 많이 갖추고 있다. 중국 경제는 매년 두자릿수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인민폐 가치 역시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따르면 인민폐 환율은 곧 달러당 6위안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JP 모간 홍콩 지사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과 중동 국가들 간의 무역과 투자 증가가 세계 경제 침체의 완충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부다비 투자청이 일정부분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칼라일 그룹의 데이비드 루빈스타인 대표는 "세계 경제의 중심은 미국과 유럽에서 아시아와 중동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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