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사냥꾼 아이칸의 완승, 모토로라의 굴욕

머니투데이 홍혜영 기자 | 2008.04.08 10:47

모토로라 경영권 싸움 승리…아이칸이 얻은 것은

억만장자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사진)이 모토로라 경영진과 1년 가까이 계속된 파워게임에서 완승을 거뒀다.

7일(현지시간) 모토로라가 키이스 마이스터와 윌리엄 함브레히트 등 아이칸 측이 내세운 2명의 인사를 이사회에 선임키로 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모토로라 경영진은 아이칸이 앞서 제기했던 소송들을 모두 취하하는 조건으로 아이칸측 이사 수용 요구를 받아들였다.

이에따라 아이칸측이 앞서 요구했던 모토로라 분사 추진계획 등은 가속될 전망이다. 반면 아이칸은 그동안 부실해진 사업 활로 모색, 실적 및 주가 회복 등의 숙제를 떠안게 됐다.

◇ 집요한 아이칸, 망가진 모토로라 = 아이칸은 지난해초부터 모토로라를 향해 칼날을 갈았다.

아이칸은 당시 모토로라 최고경영자(CEO) 에드워드 젠더의 퇴진을 요구하고 이사회 자리를 획득하려 했다. 이에 젠더는 아이칸이 이사가 되기엔 경험과 역량이 부족하다고 반격했다. 지난 1월 젠더는 결국 실적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어 모토로라 경영진은 지난달 실적이 부진한 휴대전화 사업 부문과 수익성이 높은 네트워크 장비, 케이블TV 셋톱박스 등 통신장비 사업을 분리하기로 결정했다. 집요한 아이칸측의 요구에 1차 항복을 선언한 것이다.

모토로라의 매출은 4분기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대부분 2004년 레이저를 선보인 뒤 별다른 히트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휴대전화 사업 부문의 부진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모토로라 휴대전화 사업가치는 지난해 400억 달러에서 38억 달러로, 10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모토로라는 급기야 지난해 12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 휴대폰 업체 2위 자리를 삼성전자에 내줬다. 이제 북미시장 점유율 1위자리도 삼성전자에 내줄 판이다.


아이칸은 지난해 5월부터 휴대전화 부문 분사와 측근의 이사회 진출 등을 요구해왔고 결국 이를 모두 관철시키는 '기업 사냥꾼' 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하지만 모토로라가 망가질 대로 망가진 것은 실적이 부진한 데다 장기간 경영권 다툼에 휘말리면서 전력을 소진했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 주가는 반토막 = 아이칸은 기업입장에선 '사냥꾼'이지만 주주 입장에선 주가를 높인다는 점에서 '의적'으로 환영받기도 한다.
그동안 아이칸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모토로라의 주가는 반토막으로 주저앉았다.

지난해 연초만 해도 모토로라의 주가는 18~19 달러에 거래됐지만 최근 9달러 대로 밀려났다. 모토로라의 주가는 올 들어서만 40% 가까이 하락했다. 물론 지분율 6.4%로 2대주주인 아이칸의 속도 편치 만은 않았을 것이다.
모토로라가 아이칸에 완전 백기를 들었다는 소식에 모토로라 주가는 바로 1.7% 반등, 주당 9.84 달러로 마감했다.
과연 아이칸의 마법이 나락으로 빠져들던 모토로라의 회생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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