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지분 다툼..본질은 "가격"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최석환 기자 | 2008.04.08 16:00

비싸게 팔려는 IPIC, 싸게 사려는 현대중공업 "정면 충돌"

현대오일뱅크 경영권을 둘러싼 현대중공업과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 국제석유투자회사(IPIC)와의 지분 다툼이 '날선' 법적 공방으로 치닫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주주계약을 위반했다며 주식매입권 행사를 선언하자 IPIC측이 주주계약을 위반한 것은 자신들이 아닌 현대중공업이라고 반박하고 나선 것.

주식매입권 행사를 놓고 양측의 주장이 날카롭게 대립함에 따라 상당기간 법적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주주계약 위반은 너"=현대오일뱅크의 1대주주인 IPIC는 8일 "현대중공업 등 현대주주들이 아무런 근거없는 법적 분쟁과 절차적 방해를 통해 매각절차를 방해해 주주계약을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위반사항이 신속하게 시정되지 않을 경우 주주계약 위반을 선언하고 주주 계약에 따라 현대주주들에게 자신들이 보유한 30%의 현대오일뱅크 주식을 우리에게 매각할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의 2대주주인 현대중공업(19.2%)은 앞서 지난 25일 IPIC가 주주계약을 위반했다며 주식매입권리 행사를 통지키로 했다.

1,2대 주주가 서로 계약을 위반했다며 상대방의 주식을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는 주식매입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IPIC와 현대중공업 등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보유한 현대계열사들은 지난 2003년 주주간 계약에서 계약 내용을 위반할 경우 위반한 주주가 보유한 지분 전체를 상대방이 매입할 수 있는 주식매입권을 부여했다.

IPIC는 지난 1999년 현대중공업 등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보유한 현대계열사로부터 현대오일뱅크의 주식 50%를 취득했으며 주주간 계약에 따라 지난 2006년 지분 20%를 추가로 획득했다.

◇주주계약 누가 어겼나= 주주간 계약 위반 여부가 주식매입권 행사의 근거가 되는 만큼 이 부분을 가리는 것이 이번 분쟁의 핵심이다.

IPIC측은 현대중공업이 근거없는 법적 분쟁을 제기하는 등 매각절차를 방해하는 것 자체가 주주 계약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현대중공업은 IPIC측이 자신들의 권리를 훼손해 법적 분쟁을 제기했다는 입장이다. 양측이 맺은 주주 계약에는 법적 분쟁 와중에는 지분 매각을 진행할 수 없도록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IPIC측이 몇가지 사안에 대해 현대중공업의 주주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했다"며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계약 관계 등으로 인해 명확히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사 선임건이나 우선매수청구권과 관련한 절차 위반 등이 현대중공업이 주장하는 위반 내용에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IPIC측은 이와 관련, "이번 분쟁의 일부는 현대주주들이 지명한 김정래 이사(현대중공업의 고위 임원)의 해임안건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고, "지난 3월27일 서산지방법원은 현대주주들의 (해임안 처리 중지) 가처분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가격 문제가 핵심= 양측의 극단 대립은 결국 지분을 비싸게 매각하려는 IPIC측과 싸게 사려는 현대중공업의 이해 충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주식매입권과 별도로 IPIC가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할 경우 같은 가격에 우선 매수할 수 있는 우선매수권을 함께 보유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의 지분 인수가 목적이라면 IPIC가 진행하고 있는 매각 절차를 그대로 두드라도 지분 인수의 기회가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인수 금액이 달라진다. 상대방의 주주 계약 위반에 따른 주식매입권 행사시에는 할인된 가격에 지분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IPIC는 지난해 5월부터 GS칼텍스 등 국내 업체를 상대로 매각 협상을 진행해왔다. 경쟁 매각을 통해 매각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질 수 있다고 판단한 현대중공업이 주식매입권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해석이다.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 있어 이번 분쟁은 국제 중재 재판을 통해 결론이 날 전망이다. 1대주주와 2대주주간의 갈등이 심화됨에 따라 현대오일뱅크의 경영에 악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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