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푸'인수 후 재무상황 악화일로

더벨 현상경 기자, 황은재 기자 | 2008.04.10 08:40

[이슈리포트/이랜드리테일]③부채비율 650%...리파이낸싱으로 '시간 벌기'

이 기사는 04월08일(09:19)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한국까르푸 인수 후 이랜드그룹의 재무상황은 악화일로를 걸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년 내야 할 이자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빚을 내 사들인 기업은 수익을 못내고 있기 때문이다.

M&A 이후 조직통합과 영업망 구축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지만 따져보면 이는 과도하게 채무를 지며 인수금융 구조를 짤 때부터 이미 예견됐던 일이기도 하다.

달리 말해 이랜드그룹은 한국까르푸를 사들일 때부터 이미 몇년뒤 '빚의 재구성'을 염두에 뒀어야만 할 상황이었다.

우선 매물인 한국까르푸, 현재 이랜드리테일의 M&A 이후 영업수익성이 현격히 감소하고 부채비율은 급증했다.

인수 이후 한때 영업을 중단하고 리뉴얼을 진행한 이유도 있지만 비정규직 문제를 둘러싼 노조와의 첨예한 갈등으로 제대로 된 영업활동이 어려웠기 때문. 지난해 이랜드리테일의 영업손실은 649억원에 달했다.
↑이랜드리테일의 2006년 재무지표는 합병후 감사보고서 기준으로 합병전 손익 제외


인수과정에서 떠안은 총차입금은 1조2000억원대로 치솟으면서 한해 1000억원이 넘는 이자를 내고 있다. 부채비율은 무려 650%까지 치솟았고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이 이자비용이 1/10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랜드리테일의 2006년 재무지표는 합병후 감사보고서 기준으로 합병전 손익 제외


한국까르푸 인수주체로 나섰던 이랜드월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이랜드그룹의 사업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보니 계열사들의 지분법 평가이익이 줄면서 이랜드월드의 영업수익성도 떨어졌다. 지난해 이랜드월드의 매출액은 늘어났지만 EBITDA등은 한국까르푸 인수 전보다 오히려 나빠졌다.

이 와중에 2001아울렛 4개점포를 새로 내면서 판매비와 관리비는 더 늘어났다. 반면 까르푸 인수 이후 이랜드월드는 연간 이자비용이 487억원에 이르게 됐다. 영업활동으로 번 돈의 대부분을 이자로 내고 있다.

역시 인수주체였던 뉴코아 역시 금융비용 증가, 잉여현금흐름 감소, 차입금 증가 등의 수순을 겪고 있다.

게다가 이랜드그룹이 까르푸 인수이후 대출 상환을 위해 주요 점포 상당수를 세일앤리스백(Sales & Lease Back)으로 처리한 점도 재무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대출원금은 일부 줄었지만 매년 8~9%씩 내야하는 임차료가 부담스러울 뿐 아니라 차입여력도 감소했기 때문.


이 같은 상황은 일부 계열사 뿐 아니라 이랜드그룹 전체의 문제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한국까르푸를 인수하면서 주요 계열사들이 출자부담을 공동으로 떠안았다. 금융회사로부터 자금을 빌릴 때도 계열사들이 사실상의 지급보증을 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랜드개발 등 일부 기업의 경우 계열사 연관사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매출이 무려 90%에 가깝다. 이처럼 계열사 간 영업 및 재무 연관성이 높다보니 일부 회사의 재무건전성 악화는 곧바로 그룹 전체로 확산된다.

실제로 이랜드그룹은 차입으로 인수대금을 조달한 후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는 16개 기업 부채비율이 2005년말 234%에서 2006년말 450%까지 높아졌다.

또 총자산에서 총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율인 차입금의존도 역시 45%에서 56%로 증가했다. 그룹 전반적으로 잉여현금흐름(FCF)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해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제 이랜드그룹은 한시라도 빨리 이랜드리테일의 영업수익성을 높여 채무부담을 감당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중대한 과제가 됐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랜드로서는 시간을 벌 유일한 방법이 대출원금과 이자지급 구조를 재구성하는 리파이낸싱 작업이다.

사실상 이랜드그룹이 구상하는 리파이낸싱의 핵심 테마는 '빚(Debt)을 줄이고 투자금(Equity) 늘리기'로 요약된다. 3400억원대의 유상증자 추진이나 800억원대의 자금을 제공할 신규 재무적투자자(FI)모집은 모두 이런 목표 아래 세워진 계획이다.

성공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한국까르푸 인수 이후의 이랜드그룹 행보를 지켜본 업계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기회와 위험이 공존하는, 끝나지 않은 딜"이라고 평가한다.

리파이낸싱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이를 통해 벌어들인 시간 동안 이랜드리테일과 그룹계열사들의 영업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면 한국까르푸 인수는 성공한 딜로 자리잡게 된다.

그러나 한 축 한 축이 아슬아슬하게 구성된 리파이낸싱 계획의 어느 한 부분에서라도 차질이 생기고 계열사들의 영업 현금흐름이 더 악화될 경우 신용등급하락, 재무부담 가중, 투자자 이탈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 최악의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시장'이 이랜드그룹의 리파이낸싱 계획을 어떻게 받아들일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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