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 투자자문업 진출 '고군분투'

더벨 전병윤 기자 | 2008.04.08 16:00

증시 급락에 투심 싸늘…"운용 실력으로 승부"

이 기사는 04월08일(14:05)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창업했는데, 투자금 모으기가 쉽지 않네요."

자산운용사 임원 자리를 박차고 나와 '제2 자산운용권'으로 불리는 투자자문사 설립에 나섰던 펀드매니저들의 고민이다.

투자자문사 '신장개업'이 여의치 않은 것은 무엇보다 증시가 불안하기 때문. 지난해말 미국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해 증시가 '롤러코스터'처럼 급변동하자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탓이다. 이 때문에 개업후 '고객잡기'가 만만치 않다.

운용규모가 1조~2조원을 넘는 코스모, IMM, 튜브투자자문 등 선발업체들과의 경쟁도 버겁다. 또한 재보험사인 코리안리를 비롯 대기업들도 최근 투자자문사 신규 설립이나 인수를 준비하는 등 운용업 진출에 뛰어들고 있어 부담스럽다.

이들에 비해 자본력이 뒤떨어지는 만큼 종전의 운용 노하우를 살려야 되는데, 검증된 트랙레코드(수익률 성과)가 없어 대규모 투자금을 받기도 어려운 실정.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투자자문사는 주식편입비율 조절이 자유롭고 편입종목 제한도 거의 없는 만큼 운용사에서 조 단위 펀드를 운용하던 실력을 토대로 급락장에서 안정된 수익을 보여주겠다는 게 펀드매니저 출신들의 의지다.

지난해 8월 18년간 근무했던 한국투신운용을 떠난 황규철 전 시스템운용본부장은 당초 예상보다 고전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말 BFG투자자문 인가를 받은 뒤 올 1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용업을 시작했다.

일단 자본금 34억원으로 회사를 꾸린 뒤 자기자본을 위주로 운용하고 있으며 최근 투자자로부터 투자일임을 일부 받았다. 소형 가치주를 중심으로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은행금리+5%'의 절대 수익을 추구할 계획이다. 하지만 아직 신생 투자자문사라 검증된 성과가 없어 추가자금 모집이 쉽지 않다.

황창규 BFG투자자문 대표는 "증시가 급락하면서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투자자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다만 "자문사는 투자자의 성향에 따라 맞춤별 운용이 가능하고 소수 종목에 집중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자산운용사의 공모펀드와 다른 고객층을 갖고 있다"며 "자산운용사의 과당경쟁에 자문사들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출신인 윤창보 수성에셋투자자문 부사장도 지난해 7월 운용사를 떠나 자문사를 새로 차린 경우.

자기자본 30억원으로 출발, 개인 및 기관투자자로부터 투자 일임을 받아 운용하고 있다. 코스피지수를 따라가는 것보다 은행금리에 '플러스 알파' 수익을 추구한다.

아직 운용규모가 크지 않지만 절대수익을 노리는 일반법인을 타깃고객으로 삼고 투자자를 꾸준히 늘려 나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KTB자산운용을 그만둔 뒤 투자자문사 설립을 준비했던 이재현 전 주식운용본부장은 제이앤제이투자자문을 세웠다.

KTB자산운용을 떠나 건설사 부영의 금융계열사인 부영파이낸스 대표를 거치는 등 3개월간 준비한 끝에 지난 1월 투자자문사 인가를 받았다.

현재까지 600억원의 투자금을 모았고 1월이후 7~8%대 수익률을 거둬 시장대비 10%포인트 초과수익을 냈다. 목표수익은 채권 수익률의 2배 수준인 연 10~15%를 잡았다. 1월초 주식편입비율을 40% 이하로 낮춰 보수적으로 운용한 뒤 코스피지수 1600선에서 주식투자를 늘려 양호한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제이앤제이투자자문은 시황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운용규모를 3000억~4000억원 수준으로 계획이다.

이재현 대표는 "몸집이 커지면 자산운용사처럼 틀에 갇힌 운용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적정 규모가 될 때까지 자금을 모으는 데 주력한 뒤 탄력적인 운용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이사는 "자문사는 운용에 별다른 제약이 없고 성과에 따라 보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헤지펀드의 전초전 성격을 띤다"며 "성과를 쌓은 뒤 펀드매니저들의 꿈인 헤지펀드 운용사를 설립하기 위한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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