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닮았다. 강만수(63, 행시 8회)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헌재(64, 행시 6회) 전 경제부총리 말이다.
이력부터가 그렇다. 둘 다 서울대 법대에 재무부 출신이고 10년 이상 야인생활을 거친 뒤 친정의 장관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스타일도 비슷하다. 둘 다 말투는 어눌하지만 머리는 비상하다. 강 장관의 고시 동기인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강 장관을 두고 "머리가 너무 좋아 가끔 입이 못 따라간다"고 했다. 강 장관이든, 이 전 부총리든 고집이 세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럽다.
태어난 시점도 해방 직전으로 비슷하다. 강 장관은 1945년 6월 경남 합천에서, 이 전 부총리는 1944년 4월 부친이 활동하던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났다.
정책에서도 유사점이 느껴진다. 강 장관이 온 뒤 한층 강력해진 외환시장 개입은 2004년 이 전 부총리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이 전 부총리 때에도 재정경제부는 원/달러 환율 하락을 막는 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미시적 경기부양책으로 둘 다 골프장을 선택했다는 점도 재미있다. 이 전 부총리는 골프장 확대 방안을 내놨고 강 장관 역시 골프장에 대한 세금감면과 규제완화를 준비 중이다.
그러나 닮지 않았으면 하는 대목도 있다. 이 전 부총리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로부터 사실상 고립됐다. 당시 실세였던 이른바 '청와대 368'들과 등을 졌다. 이 탓에 경제논리가 정치논리에 밀리곤 했다.
'실세 장관'으로 통하던 강 장관도 이제 이명박 대통령을 둘러싼 청와대 '인(人)의 장막'을 마주하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청와대 일각에서 강 장관을 견제하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강 장관이 이 전 부총리의 마지막 '관운' 만큼은 닮지 않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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