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신용위기는 '탐욕'이 자초한 결과"

머니투데이 박영암 기자 | 2008.04.07 15:52

[인터뷰] 오우택 한국증권 리스크 및 컴플라이언스 본부장

오우택 한국증권 리스크 및 컴플라이언스 본부장(사진)은 지난 3월 내내 살얼음판을 걷는 듯 했다. ELS(주가연계증권) 등 장외파생상품의 파트너인 베어스턴스와 리먼 브라더스가 유동성 위기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이들이 파산할 경우 조기상환조건을 충족한 ELS 투자금액을 대지급할 수밖에 없어 밤잠을 이룰 수 없었다.

다행히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JP모건이 베어스턴스의 부채까지 인수하겠다고 공언했고, 리먼 브라더스도 40억 달러 규모의 전환우선주를 발행해 유동성 위기설을 진화했다.

하지만 오 본부장은 이것과 별개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먼저 한국증권이 피치사로부터 부여받은 BBB+등급을 활용해서 ELS 형태를 스왑방식으로 변경했다.

ELS 형태는 외국계의 신용위기시 원금을 고스란히 물려 신용위험에 100% 노출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 방식은 ELS 판매잔액을 리먼에게 넘겨준 뒤 여기서 운용된 수익금을 원금과 되돌려 받아 조기상환조건을 충족한 고객에게 지급하는 형태였다. 이에 비해 새로운 스왑방식은 판매잔액을 모두 넘겨주지 않고 조기상환조건 충족시 차액만 지급받는 방식이어서 신용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오 본부장은 7일 "스왑방식은 신용등급이 우수한 금융기관간 거래형태"라며 "한국증권의 신용등급을 리먼이 인정한 결과"라고 의미부여했다. 동시에 ELS의 기초자산 선정에 대한 재검토와 발행물량축소 등 리스크 관리에 적극 나섰다.

◆ 글로벌 IB의 위기본질은 '시스템' 아닌 '탐욕'의 결과

오 본부장은 대형 IB(투자은행)가 유동성 위기를 겪은 것은 결국 '리스크 관리 시스템'에서 나타나는 최대 위기는 '컴퓨터'가 아닌 '사람'에 있다는 것을 확인시켰다고 말했다. 베어스턴스 뿐만 아니라 메릴린치 씨티은행 JP모건 등이 동시에 고전하는 것은 '시스템' 이 부실해서가 아니라 이를 해석하고 경영에 활용하는 '사람'의 탐욕이 자초한 결과라는 얘기다.


특히 잔존만기가 10년이 넘는 장기 모기지증권을 3개월 미만의 RP(환매조건부채권매입)로 조달, 이를 CDO(부채담보부증권)나 ABCP(자산담보부 기업어음) 등으로 매각한후 신용위험을 이들 매수자에게 전가시켰다고 주장하는 대형 투자은행의 '시장기만'이 결국 시장의 보복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시장의 공포가 정점에 달할 때는 아무리 체계적이고 선진적인 리스크 관리 시스템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며 "이것은 시장의 과잉탐욕이 발현되고 있는 비즈니스를 사전에 관리해야 한다는 교훈을 국내증권업계에 던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예상이라도 한 듯 오 본부장은 지난해 부동산 부문에 대해 대대적인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그는 "'탐욕'이 폭발하기 직전의 잠재적 위험은 부동산 분야"라며 "시행사들에 지급보증을 해 준 BBB-등급의 시공사들이 주도하는 PF에 대해서는 지난한해 직접투자규모나 지급보증액을 대폭 줄였다"고 소개했다. 물론 합리적인 수준의 리스크 수용은 증권사들의 생존 이유이기 때문에 수익성 있는 사업을 찾는 현업부서와 충분히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같은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가 자칫 회사안팍에서 안전자산선호를 강조하는 것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우려했다. 그는 "국내증권업계가 베어스턴스 사태에서 곧바로 위험자산 투자를 줄이자는 교훈을 도출하는 것은 신용위험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며 ""리스크 관리가 뒷받침되는 위험자산 투자는 현시점에서 더욱 더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IB는 자기자본의 수십배에 달하는 레버지리를 사용하고 있어 이번 사태 의 후유증을 치료하기 위해 위험자산 투자비중을 줄이는 것은 정당하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영업용순자본자본비율(NCR)이 500%가 넘고 있는 국내증권사들이 안전자산투자를 강조하는 것은 글로벌 IB를 육성하겠다는 자통법 취지와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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