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야기]사당동과 방배동

머니투데이 채원배 건설부동산부장 직대 | 2008.04.08 10:27
매일 같은 지하철역을 이용하고 같은 백화점에서 쇼핑하고 같은 시장에서 장을 보는데, 이웃이라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동작대로를 사이에 둔 방배동과 사당동 얘기다.

길 하나를 건너면 쉽게 닿을 수 있는 거리지만 대로 오른쪽인 방배동은 강남으로, 왼쪽인 사당동은 강남도 강북도 아닌 그냥 그런 동네로 불려진다. 두 동네 사람들은 유치원부터 초·중·고등학교는 물론 예비군과 민방위훈련까지 따로 교육받는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지만 두 지역 아파트의 가격은 하늘과 땅 차이다. 109~115㎡를 기준으로 집값이 3억원이나 차이난다. 서초구 방배동 현대 1차 109㎡의 매매가격은 8억2000만~8억5000만원을 형성하고 있지만 동작구 사당동 우성2단지 아파트 115㎡는 5억1000만~5억9000만원에 불과하다. 평형이 클수록 두 단지의 집값 차이는 더욱 벌어져 138㎡의 경우 가격 차가 무려 4억원에 달한다

집값과 사회적 인식 등에서 이처럼 방배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초라한 사당동이 요즘 '떴다'. 여야의 거물급 인사인 정몽준 한나라당 후보와 정동영 통합민주당 후보가 맞붙은 '동작을' 선거구라는 이유에서다. 주민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4·9총선 최대 격전지이자 신정치 1번지로 부상한 것.

이 지역 주민들의 숙원이 '교육과 재개발'이라는 점을 간파한 거물 정치인들은 '교육1번지' '뉴타운'등의 선거공약을 내놓았다. 뉴타운 조성이 가능한지에 대한 격론도 뜨겁다.

어느날 갑자기 유명 지역이 돼 버린 사당동 주민들의 기대감은 그 어느때보다 높다. 9일 선거에서 누가 당선이 되든 지역이 상당히 발전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러나 주민들의 바람대로 될 것 같지는 않다. '서초'와 '동작'이라는 행정구역이 둘을 갈라놓고 있기 때문이다. 두 동네가 같은 생활권인데도, 이웃이라 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야가 서울시 행정구역 전면 재조정에 합의하지 않는 한 두 동네의 격차는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표를 가장 중시하는 정치인들이 행정구역 조정에 합의할 리도 없지만 말이다.

과거 정부는 수차례 강남·북간 교육 및 지역 격차 해소 방안을 내놓았지만 오히려 격차는 커져만 갔다.
 
실제로 9년여전인 1999년말 방배동과 사당동의 집값은 109㎡를 기준으로 5000만원밖에 차이나지 않았다. 당시에도 두 동네의 학군은 달랐지만 학군프리미엄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고, 사당동에서 길 하나 건너 방배동으로 이사가는게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2000년이후 두 동네의 교육 및 집값 격차는 커져만 갔고, 지금은 사당동 집을 팔고 길 건너 방배동 집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3.3㎡당 1000만원이상을 더 부담해야 한다. 그 사이 방배동에는 학원이 많아졌고, 사당동 대로에는 술집만 늘어났다.
 
'정치·교육 1번지' '뉴타운'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보다 방배동과 같은 생활권에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을 줄여주는 것. '자녀 교육을 위해 강남으로 가서 전세살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고민을 하지 않도록 해 주는 것. 동작을 새 국회의원이 그것만이라도 주민들에게 선물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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