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환경미화원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 2008.04.06 18:40

"나는 여러분의 환경미화원 대선배"

"새벽 통행금지가 해제되자마자 시장에서 쏟아져 나온 쓰레기 더미를 싣고 곡예를 하듯 언덕 길을 오르내렸다. 이태원에서 삼각지,해방촌,보광동 지나 미군부대 옆 공터에 버리고 돌아오는 이 일을 새벽에 여섯 번 반복해야 끝이 났다. 대학 신입생때 1학기 등록금을 벌자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나는 쓰레기를 치우면서 2학년이 됐고 청소원은 대학 공부를 지탱하는 수입원이었다"(이명박 대통령 자서전 '신화는 없다'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종종 환경미화원 경험을 애기한다. 중·고등학교 시절의 국화빵,뻥튀기 장사,과일행상과 함께 자신이 겪었던 극심한 고난과 이를 돌파한 의지의 사례로 자랑스럽게 회고하는 대상이다.

"나는 환경미화원 대선배"
6일 200명 가까운 전국의 환경미화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도 이 시절 경험담이 빠지지 않았다. "나는 여러분의 환경미화원 대선배"라면서 "환경미화원이라는 사실을 결코 부끄러워하지 말아라. 자녀들에게 당당하게 말하고 위축되지 말아라. 어깨를 펴고 일하라"고 격려했다.

대통령이 이날 환경미화원을 초청한 것은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이태원에서 새벽 청소를 할 때 "대통령이 되면 제일 먼저 여러분을 청와대로 초청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킨 것이다.

그는 "오늘 취임 후 가장 반갑고 귀한 손님이 왔다. 여러분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기분이 좋다. 일기예보에 비가 온다고 했는데 오늘 만큼은 일기예보가 틀려 다행"이라고 반가움을 표시했다.

이어 "저는 늘 환경미화원 경험이 없었더라면 오늘이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환경미화원 하면서 살았던 그 시절이 가장 보람차게 생각된다. 일자리를 준 재래시장 상인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고 회고했다.

이 대통령은 "제가 환경미화원을 할 당시에는 사고가 참 많았다. 차량 불빛에 반사되는 옷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쳐서 일을 못하면 아이들은 학교를 못 다니고, 결국 대를 이어 가난을 물려받았다"며 "그때 경험으로 조그만 보탬이지만 장학금을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재직 시절 월급 전액을 환경미화원,소방관 자녀를 위한 장학금으로 내놓았고 대통령 월급도 장학금으로 기부하게 된 배경을 설명한 것이다.

"가난 대물림 꼭 끊겠다"
자신을 '환경미화원 대선배'로 지칭한 대통령은 이날 기분이 무척 좋았다고 한다. 오찬자리를 지켜봤던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께서 청와대에 들어온 이후에 오늘처럼 기분 좋아하는 모습은 처음 봤다. 남편을 대신해 유복자 딸을 키우며 33년간 환경미화원을 한 신순복(57)씨 사연을 들을때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청와대에 초청받은 환경미화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오찬 중간에 1-2명이 대통령에게 싸인을 받자 전원이 앞다퉈 받았고 한다. 사전에 싸인지 준비가 안된 탓에 메뉴판과 냅킨 등을 내밀었지만 대통령은 마다하지 않았다. 오찬이 끝난 후 그룹별로 기념촬영을 하고 이날 처음으로 나온 '이명박 기념시계'도 선물했다.

분위기가 고조된 탓인지 대통령은 마음속 애기도 털어놓았다. "나는 대통령이 돼 다른 아무런 욕심이 없다. 한국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에게, 자식 교육 힘들어 하는 사람에게 어찌하면 용기를 줄까, 어떻게 하면 힘들게 키운 아이들이 일자리 쉽게 구할수 있게 할까 하는 것이 소망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난의 대를 끊기 위해 가장 큰 복지라고 할수 있는 교육 기회 제공과 일자리 창출, 이 2가지 문제를 임기중에 꼭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아버지는 환경미화원을 하지만 아이들은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나라,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일자리 얻어서 행복하게 사는 나라, 그런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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