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쉽게 행복해지는 방법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 2008.04.06 00:03

[일상속에서]절약하면 행복해지는 이유

어느날 아침이었다. 욕실에 놓여 있는 비누가 쓰기엔 좀 작다 싶었다. 새 비누를 꺼내려고 욕실장을 열었는데 남은 비누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 작은 조각을 써야 했다. 비누가 작다보니 오래 문질러야 거품이 나왔다. 겨우 세수를 하고 출근했다.

퇴근할 때 비누를 살 생각이었는데, 그만 깜빡 잊고 말았다. 늦은 시간이라 비누 사러 나가기도 귀찮았다. 남은 비누조각을 오랫동안 비벼서 세수하고 손발도 씻었다.

다음날 아침까지도 그 작은 조각을 비비고 또 비벼 세수를 했다. 그날 저녁엔 술 약속이 있었다. 아내에게 비누를 사놓으라고 부탁해뒀다. 그런데, 마침 아내도 예상못한 야근을 하게 됐다. 피곤한 몸으로 퇴근하다 비누 사는 걸 깜빡 잊어 버렸다.

아내는 세수할 때엔 클린징을 쓰고, 샤워는 바디샴푸로 한다. 그동안 비누는 주로 내 차지였다. 하지만 비누조각이 너무 작아 그것으로 샤워까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날 저녁엔 일단 아내의 바디삼푸로 샤워를 했다.

셋째날 아침. 당연히 비누조각은 더 작아져 있었다. 그런데 예전같으면 그냥 버렸을 그 작은 비누 조각이 예상외로 꽤 오래 가는 것이었다. 많이 비벼야 씻을 수 있었지만, 씻기에 결코 모자라지 않았다.


그날 저녁 새 비누를 사왔지만, 결국 그 작은 조각을 무려 4일이나 더 썼다. 좀 두꺼운 종잇장 두께 정도로 얇아질 때까지 썼다. 그리고 그렇게 남은 것도 새 비누에다 눌러 붙였다. 비누 한장을 수명이 다 할 때까지 온전히 다 써본 건 난생 처음이었다.

그동안 내게 비누는 흔하고 하찮은 물건이었다. 적당히 쓰다가 작아져 거품이 잘 안나면 별 생각없이 버렸다. 그런데 우연히 비누가 떨어지고 보니, 그동안 아무 생각없이 버렸던 작은 비누조각들이 얼마나 쓸모있는 것인지 처음으로 알게 됐다. 내버리려 했던 작은 비누조각이 내 얼굴과 손발을 1주일씩이나 깨끗하게 해주었으니까.

그러고보면 절약은 그저 경제적인 덕목만은 아닌 듯 하다. 절약하게 되면 작고 사소하고 오래된 물건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알게 된다. 그렇게 작은 물건도 소중히 하다 보면, 그 어떤 것도 함부로 대하지 않게 된다. 주위의 모든 것들을 소중히 여기면, 자연스레 모든 일상에 감사하게 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행복해진다.

사람들은 남들보다 더 벌어, 더 누리려고 애를 쓴다. 그렇게 더 누려야 행복하다 여긴다. 하지만 좀 더 쉽게 행복해지는 방법이 있다. 그게 바로 절약이다. "성품이 나쁜 사나이는 이웃 사람의 수입에 마음을 쓰면서, 자기의 낭비에는 마음을 쓰지 않는다." 탈무드에 나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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