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말 속에 숨은 '삼성의 방어논리'

정영일,김지민 기자 | 2008.04.05 01:24
4일 특검 조사를 받기 위해 조준웅 특검팀에 출두한 이건희(66) 삼성그룹 회장은, 혐의 사실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적극적인 부인으로 일관했다.

이 회장을 상대로 취재진이 던진 질문들은 특검 조사내용과 별반 다를 바 없고 또 향후 법정서도 공방이 예고되고 있는 만큼, 이날 이회장의 답변을 보면 삼성측이 준비한 '모범 답안'이 무엇인지 예측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건희 회장은 특검에 출석하면서 각종 의혹과 관련 쏟아지는 질문에 "아니오" "그런 기억이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각종 혐의에 대해 부인하고 있는 셈이다. 향후 치열한 법리공방을 예고하고 있는 대목이다.

우선 이 회장은 이 사건의 중심축으로 등장한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당시 계열사들의 실권을 지시했는지 여부에 대해 "그런 기억이 없다. 그런 기억 없다고···"라며 잘라 말했다.

또 이 과정에 대해 보고를 받았는지에 대해선 "(고개를 가로저으며)아니오"라고 밝혔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을 통해 아들인 이재용 전무에게 그룹 지배권을 넘겨주려는 그룹 차원의 지시나 공모 여부에 대한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

만일 특검이 이 회장을 사법처리하려면 그룹 차원의 지시나 공모 혐의를 확인해야 한다.

이 회장은 또 차명계좌나 차명주식을 통한 비자금 조성 지시 여부에 대해서도 "지시한 적 없다"라는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조성된 비자금을 이용 정·관계 로비 지시 혐의에 대해서도 "그런 적 없다"며 혐의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이 회장은 삼성그룹이 수사 때마다 임원들만 처벌받은 것에 대해 답변을 하지 않았다. 법리적 논쟁 이외의 답변은 무응답으로 대신 한 것이다.

하지만 삼성생명 차명주식이 본인이 상속받은 재산인가라는 질문엔 "난 모르겠는데"라는 답변을 해, 의외로 해석되고 있다.

앞서 삼성측은 '이건희 회장이 선대로 물려받은 재산을 그룹 임·직원들 차명으로 보관하고 있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특검 주변에선, 이날 이 회장의 "모르겠다"는 답변 속에 향후 삼성그룹의 '이 회장 방어논리'가 숨어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측은 향후 법정 싸움서 차명주식은 물론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의혹 전반에 대해, '이 회장은 모르고 그룹 구조본이나 임원 몇몇이 주도한 일' 이라고 주장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것.

이와 관련 법조계에선 "고도로 계산된 방어논리"라는 평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당장 이 회장을 조준하고 있는 특검의 '칼'을 피하고, 또 기소될 경우를 대비한 대응책이라는 것이다.

한편 이건희 회장은 4일 오후 2시 서울 한남동 삼성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출석해 11시간 동안 조사를 받고 5일 0시40분께 돌아갔다.

이 회장은 귀가를 하면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합니다, 삼성 문제로 물의를 빚어 죄송합니다, 특검 수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모든 게 제 불찰입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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