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유통 자율화" vs "오히려 문란해져"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 2008.04.04 19:13

정부 석유유통대책, 당사자간 상이한 반응

정부가 4일 석유 대리점과 주유소들이 다른 정유사 제품을 거래하는 것을 허용하는 등의 석유류 유통구조 개선 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보완을 거친 뒤 오는 11일 열리는 경제정책조정회의에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들 대책이 시행되면 대형마트 등이 석유 유통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막는 장벽이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대형 정유사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석유류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대책에 대해 주유소업계는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정유업계는 오히려 석유 유통시장이 어지러워질 우려가 있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주유소업계, "석유유통 완전 자율화" = 이번 대책의 핵심은 '상표 표시제'와 '수평 거래 금지 제도'를 완화하는 것이다.

한 주유소업계 관계자는 "이 두가지를 완화하는 것은 석유 유통시장을 완전 자율화하자는 것"이라며 "두 가지를 병행했을 경우 효과가 극대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먼저 정부는 석유류 판매업자가 자기 상표를 표시할 수 있도록 관련 공정거래위원회 고시를 해석하기로 했다.

해당 고시는 석유 제품 소비자가 혼동하지 않도록 주유소는 정유사 상표를 명확히 표시해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정부는 유통업체들이 자신의 상표를 내걸 때 이 규정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고시를 이같이 해석할 경우 유통업체들이 주유소 시장에 뛰어들 동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또 현재 금지돼 있는 대리점 및 주유소의 수평거래를 허용하는 방안을 내놨다. 정유사들의 공급사정 때문에 빚어지는 가격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현재 정유사들 간에는 사정에 따라 서로 제품을 교환해 대리점 및 주유소에 공급하는 것이 허용된다. 그러나 대리점이나 주유소 간에는 다른 메이커의 석유를 쓰는 것이 금지돼 있다.

정부 당국자는 "대리점 간에도 수급의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대리점은 오로지 정유사에만 매달려야 한다"며 "교환을 가능하게 하면 유통비용을 절감하고 가격 경쟁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또 주유소와 정유소가 맺는 공급계약에 불공정거래 행위가 없는지 조사하기로 했다. 주유소들이 정유사별로 가격을 비교해 가며 석유를 구입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조치이다.


현재 대부분의 정유사들은 주유소와 계약을 맺을 때 자사의 제품만 구매하는 내용을 계약서에 포함시키고 있다. 따라서 복수의 상표를 내건 주유소가 등장한다 해도 주유소들로부터 기름을 공급받지 못하는 구조다.

업계 관행처럼 돼 있는 이같은 계약 조항이 사라진다면 주유소에서는 그때그때 시세에 따라 정유사를 바꿔가며 기름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가격 협상 면에서 주유소가 정유사보다 유리해질 여건이 형성되는 것이다.

아울러 주유소 공급가격 공개 주기 단축도 대책에 포함됐다. 그간 주유소 업계에서 지속적으로 공개주기 단축을 요구해 왔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주기가 현행 1달에서 1주일로 단축될 경우 소비자한테 보다 현재에 가까운 가격을 제공하게 돼 가격 구조가 투명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유업계, "유통구조 오히려 문란해질 것" = 이같은 정부 대책에 대해 정유업계는 "석유 유통이 오히려 더 문란해질 것"이라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우선 정유업계는 불량 제품에 따른 소비자 피해 보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대리점 및 주유소간 수평거래가 허용되고 상표표시제가 완화됐을 경우 불량 제품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휘발유는 다른 제품과 달리 육안으로 제조사를 식별할 수 없어서 정유사들은 자사의 상표를 건 주유소에만 납품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계약서에 전량 구매 조항을 넣어 주유소가 다른 정유사의 제품을 공급받지 못하게 하는 것도 불량 제품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하는 취지라는 설명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주간 단위로 주유소 공급 가격을 공개하게 하는 것에 대해 "주간 단위 공개가 문제가 있어 지난해 월간 단위 공개로 바꿨던 것"이라며 "다시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는 "주간 단위로 '실제 공급 가격'을 공개하는 것은 월단위로 정산이 이뤄지는 현행 상거래 관행상 불가능할 뿐더러 예전처럼 '희망 공급 가격'을 주간 단위로 공개할 경우 또다시 시장 혼란을 빚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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