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재'든 재계의 4월? 총수들 3년째 '소환'

머니투데이 이진우 기자 | 2008.04.04 14:51

정몽구·김승연 이어 이건희 회장까지 '포토라인'에

#1. 2006년 4월 24일.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오전 10시께 굳은 표정으로 서초동 검찰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 정 회장은 이날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 세례 속에 "국민들한테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그 해 3월 26일 검찰의 전격적인 압수수색으로 현대차그룹의 비자금 사태가 촉발된 지 한달 여만의 일이다. 정 회장은 이후 각계에서의 잇따른 선처호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4월 28일 끝내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6월 28일 보석허가가 날 때까지 2개월을 영어의 몸으로 지냈다.

#2. 2007년 4월 29일.

또 한명의 대기업 총수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오후 4시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이른바 '아들 보복폭행 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자진 출두했다. 김 회장은 경찰서 정문에 서서 "개인적인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경찰에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 말한 뒤 곧바로 조사실로 향했다.

재벌 총수가 폭행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은 것은 그가 처음이다. 김 회장은 이후 5월 11일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로 수감돼 1심에서 집행유예 선고와 함께 사회봉사명령을 받을 때까지 병마와 싸우며 옥고를 견뎌야만 했다.

지난 2년간 있었던 두 재벌 총수의 사법당국 소환은 공교롭게도 이처럼 매년 '4월'에 벌어졌다. 정 회장과 김 회장의 소환 및 구속으로 순식간에 '경영공백' 상태에 빠진 현대차그룹과 한화그룹은 곧바로 '비상경영 체제' 가동에 들어가는 등 한동안 경영에 큰 차질을 겪었다.


올해도 '4월'이다.

이번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4일 오후 2시 서울 한남동 특검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3년째 비슷한 시기(4월)에 재벌 총수들이 포토라인에 서는 진풍경이 연출된 것이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소란을 끼쳐 대단히 죄송하고 진실이든, 아니든 이런 일이 없어야 된다. (삼성이) 범죄집단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다"는 말을 남겼다.

이번 비자금 사태가 불거진 이후 3월까지 사실상 일 손을 놓은 채 허송세월을 보냈던 삼성 임직원들의 당혹감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사안은 각기 다르지만 과거 비슷한 시기에 착잡한 심경으로 '회장님'의 출두 모습을 지켜보았던 다른 그룹 관계자들 역시 이번 일이 "남의 일 같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업들은 통상 연말연초에 새해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임원인사를 단행하면서 '전열'을 재정비 한다. 이후 3월 정기주총을 거쳐 경영진 개편까지 최종 마무리 한 뒤 1분기(1~3월) 실적을 토대로 사실상 4월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펼친다.

3월까지가 한해 농사의 워밍업 기간이었다면 4월은 한 해 농사의 본격적인 출발선인 셈이다. 중요한 이 시기에 총수가 흔들리는 사태를 맞는 기업들의 어려움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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