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무표정한 얼굴로 특검 출두"

머니투데이 정영일 기자, 김병근 기자 | 2008.04.04 15:00
○…4일 1시58분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평소 타고다니던 마이바흐가 아닌 검정책 벤츠 S600 승용차를 타고 서울 한남동 삼성특검 사무실 앞에 도착했다. 변호사 1명과 수행인 1명을 대동한 이건희 회장은 무표정한 얼굴로 특검 건물로 들어섰다.

이 회장은 검정색 양복에 흰 와이셔츠, 은백색의 넥타이를 메고 비교적 정정한 모습으로 특검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이 회장이 사무실로 들어서는 순간 취재진의 플래시가 일제히 터지는 것에도 특별히 반응하지 않았다.

곧이어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지자, 이 회장은 7개의 질문에 고개를 흔들거나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등 자신의 의사를 밝혔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거나 소극적으로 취재진에 의견을 밝히던 다른 소환자의 모습과 비교됐다.

특히 "글로벌 기업 삼성이 범죄집단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난처한 질문에는 이 회장은 또렷하게 "범죄집단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고 그것을 옮긴 여러분들에게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이 회장의 특검 출두에는 삼성 그룹에서는 변호사와 수행원 외에는 한명의 직원도 파견하지 않았다. 전날 이 회장의 부인 홍라희씨가 특검에 출두했을 때도 이완수 변호사 외 아무도 동행하지 않았다.

평소 호암상 시상식 등 이 회장이 공식석상에 나설 때는 수십명의 경호원들과 그룹 홍보팀 직원들이 현장에 나와서 장내를 정리하고 이 회장을 수행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니다.

특검 관계자는 "삼성그룹 측이 국민적 시선이 쏠린 상황에서 많은 수행원을 대동하는 것이 부정적으로 비칠 것이라 판단, 변호사만 대동하겠다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이 특검에 출두하던 현장에는 신문과 방송, 인터넷 매체 등 취재진 수백여명이 몰려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로이터 AP 등 외신도 취재진을 직접 파견해 현장을 취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취재진은 이 회장의 출두 소식이 전해진 3일부터 포토라인을 설치하고 취재용 사다리 등을 이용해 자리를 선점하는 등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이 회장인 출두하기 직전에는 취재경쟁이 고조되 취재진간에 밀고 밀리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주요 방송사들은 현장에서 이 회장의 출두를 직접 생방송으로 중계했고, 각 언론에서는 특검 내외부에 취재기자와 카메라 기자를 배치하는 등 물량 공세를 보이기도 했다.

○… 이 회장의 도착 전부터 특검 건물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진보신당와 삼성SDI 해고노동자 복직위원회 회원 8~9명은 이 회장이 차에서 내리자 앞으로 밀치고 나오다 경찰에 의해 저지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특검 사무실에서 남산터널쪽으로 50여미터 떨어진 지점에서는 60~70대로 보이는 '삼성특검 반대 범국민연대' 회원 등 30여명이 모여 특검의 조기종결과 김용철 변호사 처벌을 주장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날 경찰은 전경버스를 이용해 삼성특검 건물 주변을 둘러싸고, 3개 중대 270명의 전경을 특검 사무실 앞에 집중적으로 배치해 만약에 있을 수 있는 불의의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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