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11번가, 무리한 도전?

머니투데이 이정흔 기자 | 2008.04.10 10:00

[머니위크]SKT '11번가의 베팅', 잭팟 터트릴까

'11번가의 기적'이 될 것인가 '11번가의 고배'가 될 것인가.

지난 한달 간 인터넷 쇼핑몰시장의 관심은 온통 '11번가'로 쏠렸다. 그도 그럴 것이 11번가는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이 지난 2월27일 새롭게 문을 연 오픈마켓이다. 거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대기업 통신사가 인터넷 쇼핑몰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만큼 국내 전자상거래시장의 판도 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업계에서는 강한 의욕을 갖고 오픈마켓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SKT가 '11번가의 기적'을 이루어낼 수 있을지, 많은 대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시장 진입 장벽이 높기로 유명한 오픈마켓시장에서 결국 '고배의 잔'을 마시게 되는 것은 아닌지 의견이 분분하다. 11번가가 문을 연 지 이제 한달 남짓. 아직 그 성패를 판단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SKT가 '11번가의 기적'을 이루어 내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들이 첩첩산중인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대기업 실패 타산지석 삼아야

국내 인터넷 쇼핑몰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약 16조5000억원. 그중 오픈마켓 거래 규모는 8조원에 달한다. 거래액만 해도 2006년 5조원을 넘어섰으며 2012년에는 35조원대로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올 만큼 규모가 크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에 따르면 연간 성장률만 해도 20%가 넘어설 것으로 기대되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때문에 오픈마켓은 엄청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잠재력이 부각되면서 SKT뿐 아니라 지금껏 많은 대기업들이 눈독을 들여온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거래를 통한 수수료 외에도 광고수익, 직접 상품 출시, 다양한 연계 상품 및 타 사업군과의 제휴 등으로 높은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대기업들의 오픈마켓시장 진출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오픈마켓에 진출한 대기업들은 높은 진입 장벽을 넘지 못하고 실패를 맛본 경우가 대부분. CJ홈쇼핑에서 운영했던 오픈마켓 엠플(mple)과 GS홈쇼핑의 오픈마켓 GSe스토어가 대표적이다. 2006년 4월 론칭한 CJ홈쇼핑의 엠플은 지난해 12월 오픈마켓의 문을 완전히 닫아야 했으며 GSe스토어도 현재 수익률 부분에서 뚜렷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오픈마켓시장에 진출한 대기업들이 줄줄이 실패를 맛본 데는 G마켓과 옥션 등 두 선발업체의 입지가 그 어느 시장보다 탄탄하다는 점이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현재 오픈마켓 시장 1. 2위를 달리고 있는 두 업체의 시장점유율만 보더라도 전체 시장의 76%. 오픈마켓 전체의 시장을 이 두 업체가 양분하고 있는 셈이다. 대기업들 사이에서 오픈마켓시장이 '죽음의 늪'으로 불리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CJ의 엠플만 보더라도 오픈마켓을 위해 400억원의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났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SKT 역시 확실한 차별화 전략을 보여주지 않으면 G마켓과 옥션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별화할 승부수 있나

실제로 11번가는 업계 최초로 쇼핑을 하면서 채팅을 통해 상품구매자간 정보를 교환하는 '채핑(쇼핑+채팅)' 서비스를 도입하고 유무선 통신을 활용한 정보검색 기능을 강화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위해 고심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다양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정작 쇼핑몰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우선 가장 큰 불만은 '신개념 쇼핑문화를 주도한다'는 캐치프레이즈에도 불구하고 기존 오픈마켓과 비교해 상품 검색 등에 있어 별다른 차이를 느낄 수 없다는 점이다.


오픈마켓 11번가는 '빠른 쇼핑'과 '즐거운 쇼핑' 두 가지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중 빠른 쇼핑은 기존 오픈마켓과 거의 차이점이 없다. '가게 많은 길'에서 품목별로 입점된 상점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여성의류, 남성정장, 자동차용품 등 품목별로 묶어놓은 상품 진열 방식 등은 기존 온라인 쇼핑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식 그대로다. 컬러 검색, 비교 검색 등 다양한 정보 검색 서비스를 구현해 놓은 점이 눈에 띄지만 그 실효성이 의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정보 검색 서비스를 통해 원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원하는 물건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내는 것"이라며 "11번가에서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준의 정보 검색은 오히려 연계성이 작은 상품들까지 정보 검색 결과 목록으로 불러들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즐거운 쇼핑은 서울의 지도에서 각 지역을 찾아 들어가 쇼핑을 할 수 있도록 해 놓은 형태. 온라인에 오프라인을 옮겨놓은 것 같은 시도에 신선하다는 반응을 끌어내고 있지만 플래시를 사용한 탓에 로딩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인터넷 쇼핑의 최대 장점이 빠른 쇼핑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쇼핑 시작 전 로딩 때부터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오픈마켓으로서는 치명적인 약점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판매자 확보가 관건

그러나 SKT가 11번가의 기적을 위해 넘어야 할 더욱 큰 산은 다름아닌 '판매자 확보' 부분이다. 오픈마켓은 물건을 팔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을 중개해 주는 일종의 '온라인 장터'다. 물건을 팔려는 사람이 없는데 사려는 사람만 넘쳐서는 제대로 된 거래가 이루어 질 수 없다. 기본적으로 장터가 형성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 CJ홈쇼핑의 엠플이 오픈마켓시장 진출에 실패한 이유로 가장 먼저 꼽히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G마켓이나 옥션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파워셀러들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쿠폰을 비롯해 소비자에게 아무리 많은 혜택을 제공한다 하더라도 오픈마켓으로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SKT측은 "현재 파워셀러의 70% 정도를 확보해 놓은 상황"이라며 "동대문 유어스건물 4층에 '11번가 셀러존'을 마련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앞으로 판매자들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업계관계자들의 시각은 다르다. 대부분의 오픈마켓 판매자들이 여러 판매 사이트에 동시 입점해 놓고 그중 주력 판매사이트를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본적으로 시장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보다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쪽에 주력하게 되는 것은 판매자 입장에서는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지 파워셀러들의 입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주요 활동무대를 기존 G마켓이나 옥션 등에서 11번가로 불러들이지 못한다면 11번가 역시 CJ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며 "앞으로 얼마나 영향력 있는 파워셀러를 확보하느냐에 11번가의 성공 여부가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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