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두 "죽느냐 사느냐보다 정직한 정치"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 2008.04.04 12:00
"당신 여기서 죽는 게 사는 거라고 생각해서 왔소, 살아야 사는 거라고 생각해서 왔소?"

마음을 꿰뚫어보는 듯한 질문에 민병두 의원(민주당)은 순간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30여년 한나라당 강세 지역인 서울 동대문을에 출사표를 던졌을 때 그는 '정치적으로 죽는 게 사는 길'이란 생각을 했다. '십자가를 지는 심정'이기도 했다. 민 의원은 그러나 이내 그 유권자에게 솔직히 대답했다.

"예 살고 싶습니다."

'죽는 게 사는 길'이란 말은 적어도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선 모순이다. 국회 입성은 정치인의 출발이자 목표다. 원외에서 뜻을 펼치는 건 어렵다.

그럼에도 그가 '죽을 각오'로 총선에 뛰어든 이유는 뭘까. 정치권 대표적인 전략가로 불리는 사람이 '사지'(死地)로 뛰어드는 건 어찌보면 무모한 도전이었다.

"한나라당 아성을 깨기 위해 내가 먼저 몸을 던져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당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그는 현실의 벽에 부딪쳤다. 상대 후보에 비해 낮은 인지도와 약한 조직력을 절감했다.

전과, 병역 면제 기록도 논란이 됐다. 억울했다. 그도 할 말이 있다. 민 의원은 민주화 운동으로 형을 살았고 이 때문에 병역을 면제받았다.


하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그는 "부당하고 악의적인 공격이었다"고 털어놨다. 순간 눈가에 눈물까지 고였다.

그는 이제 담담하다. 얻은 것도 있단다. 시간이 흐르며 그가 꿈꾸는 정치의 모습이 점점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저는 상상하는 걸 좋아해요. 관념적으로 정치를 했죠. 그런데 동대문엔 정말 서민들이 많더군요. 이 분들의 삶을 함께 하고 대변해야 겠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그의 말처럼 답십리·장안·전농동 일대는 서울에서도 발전속도가 더딘 대표적 낙후지역이다. 최근엔 청량리에서 사라진 집창촌이 장안동 일대로 옮겨오면서 주민들의 열패감은 더 커졌다.

그는 '정직한' 공약을 내세웠다. 슬로건도 '동대문을 키울 인물, 정직한 민병두'다.

"집창촌을 없애 주민 자부심을 키우겠습니다. 거짓말 안하는 뉴타운 개발을 통해 재산권이 보장되면서도 공동체 이탈이 없도록 할 생각입니다. 인구 19만명에 단 2개뿐인 인문계고를 4개로 늘릴 겁니다."

'기술'이 아니라 '진심'이 통할 때 정직함이 빛을 발한다. 정직한 정치를 꿈꾸는 그의 시선은 이미 총선 이후를 바라보고 있다.

"정말 많은 분들이 도와줘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저보고 전략가라지만 사술은 안썼어요. 거짓말 안하고 과장하지 않는 정치가 되면 좋겠어요. 승리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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