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보다 더 중요한 일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 2008.04.04 12:31

[CEO꿈땀]이환용 디지텍시스템스 대표

↑사진 이명근 기자ⓒ
벤자민 프랭클린은 “불필요한 것을 사면 정작 필요한 것은 내다 팔게 된다”고 했다.

자기가 가진 모든 자원과 역량을 아껴, 자신의 분야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에 쏟아 부어야 성공으로 가는 문을 열 수 있다.

터치스크린 분야의 국내 최강자인 디지텍시스템스의 이환용(46) 대표. 다국적 기업의 경영자이던 그가 험난한 벤처 창업의 여정을 거쳐 세계시장을 꿈꾸게 된 비결도 다름 아닌 ‘절약’과 ‘집중’이었다.

# 사업 자금

이 대표는 텍사스 주립대학교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하고 독일계 다국적 미디어 기업인 BMG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경영정보시스템(MIS)를 전공했습니다. 홍콩 지역본부에서 아시아 13개국 지사를 총괄하는 MIS 담당 이사를 했습니다. 한국 지사도 설립하면서 마케팅 재무 등으로 업무 영역을 넓혀 나갔지요.”

그런 그에게 변화의 기회가 왔다. “97년 헤드헌터를 통해 터치스크린을 만드는 마이크로 터치(현 3M터치) 지사장 자리를 제의받고 회사를 옮겼습니다. 당시만 해도 터치스크린은 박물관에서나 쓸 정도 완전 초창기였습니다. 한국이 디스플레이 산업의 강국이었던지라, 미래가 밝다고 보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보기로 결심했죠.”

터치스크린이 개인용 디지털 제품에 쓰여지기 시작하면서 전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당시 국내 유수 대기업에서도 앞으로 터치스크린 시장의 성장에 대비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게 됐습니다. 저희는 함께 할 파트너를 물색했지만, 지분 문제 때문에 결국 협상이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사업도 축소되는 분위기였고요.”

그는 자신이 직접 해보고 싶다는 결심을 했다. “당시 제휴 업체의 기술 담당자를 찾아갔습니다. 나는 시장을 알고 당신은 기술을 아니 힘을 합쳐 보자고 했습니다. 그 기술 담당자는 현재 우리 회사의 기술임원(CTO)입니다. 그렇게 의기투합해 2000년 우리 회사를 만들었죠.”


종잣돈을 마련하고 투자도 받았다. “당시만 해도 터치스크린 산업이 도입기인지라 투자받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처음에 어렵사리 2차례에 걸쳐 34억원을 조달했습니다. 이 돈이 떨어지면 제 인생은 끝이라고 생각해 정말로 아껴 썼습니다. 투자를 많이 해야 했으로 최소한의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내는 구조가 필요했습니다.”

가건물 임대공장에서 기술개발에만 몰두했다. “기술개발에 명운을 건 회사가 부동산에 함부로 돈을 쓸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드디어 창업한지 4년 되던 해인 2003년 누적적자를 모두 털고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정말 꿈만 같았습니다. 그때까지도 아직 시장이 채 성숙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월단 단위로 분석을 해서 손익을 꼼꼼히 따졌습니다.”

# 세계1등

탄탄한 수익성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2006년 코스닥 상장에 도전했다. “안산의 가건물 공장으로 현장 심사 나오셨던 분이 ‘지금껏 코스닥 상장 신청을 한 회사 가운데 가건물에 있는 회사는 처음 본다’고 하시며 우리 회사의 사업 전망을 좀 불안하게 보시더군요. 결국 떨어졌죠. ”

주문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작은 장소에서 감당하기는 힘들었다. 이듬해인 2007년 경기도 화성에 최신식 공장을 지었다. 다시 심사를 받았고 그해 7월 상장했다. “우리 회사는 현재 국내 터치스크린 시장의 약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삼성 LG 뿐 아니라 IGT 등 세계적 게임기 제조업체에도 터치스크린을 수출하고 있지요.”

디지텍시스템스는 지난해 매출액 420억원 순이익 126억원으로 사상 최대의 실적을 달성했고, 올해는 지난해 보다 약 2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터치스크린은 2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일반형인 압력식과 게임기 등에 사용되는 정전용량식이 있는데요. 저희는 세계에서 이 2가지를 모두 만드는 유일한 업체라고 자부합니다.”

꿈을 물었다. “일반형 분야에서는 현재 일본 업체가 세계 1등이고, 정전용량식에서는 미국 업체가 최고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각자 분야에서만 1등으로 각각 한 가지씩밖엔 만들지 못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2가지 분야를 모두 소화할 수 있으므로, 언젠가 2개 분야에서 모두 세계 1등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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