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비판 소설 '행복한 눈물…' 눈길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 2008.04.04 10:13

소설가 이길융씨 월간 문학 4월호에 게재

조준웅 특검팀이 4일 오후 이건희 삼성 그룹 회장을 소환키로 한 가운데 최근 특검의 진행사항을 비판하는 단편소설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소설가 이길융씨가 월간문학(月刊文學) 4월호(통권470호)에 게재한 '행복한 눈물 밑에 웃음'이라는 단편 소설은 총 18쪽 분량으로 현직에서 은퇴한 여섯명의 친구들이 모인 육산회(六山會) 멤버들이 청계산 산행 과정에서 '행복한 눈물'이라는 작품을 소재로 최근 특검사태에 대해 오가는 대화내용을 다룬 것이다.

진보성향의 신학교 출신 운산(雲山)과 한의사 출신 중산(重山), 법무사로 일하는 구산(九山), 예술가인 상산(象山), 재무부 관료 출신의 몽산(夢山), 컴퓨터 회사 사장

인 풍산(豊山) 등 여섯 친구들은 청계산 아래로 보이는 미술관을 바라보며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의 속 그림에는 웃음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특검 과정을 비판하고 있다. 속 그림이란 그림 속의 이면을 들여다 본다는 의미.

작가는 소설을 쓰게 된 동기에 대해 "이 소설에선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김용철 변호사의 고해성사를 세상에 공개한 것이나, 김용철 변호사가 직업윤리를 어기고 고객의 정보를 외부에 알린 것 등에 대해 잘못된 직업관과 윤리를 비판하기 위해 썼다"고 말했다.

소설 속에서 기업가인 풍산은 "의사가 환자의 치부를 공개하는 것이 히포크라테스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냐, 마찬가지로 변호사가 의뢰인의 비리를 폭로하는 것이 변호사법에 저촉되지 않는가, 신부도 신도가 고해성사한 내용을 폭로하는 게 로마 가톨릭 법규를 모독하는 죄가 아닌가"하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기업가의 미술품 소장에 대해서는 기업가가 예술품 컬렉터로서 미술품에 대해 투자하는 것은 예술을 지키는 행위이며, 일본 가와사기조선소 사장 마스가다가 세계 1차 대전대 서양 미술품을 수집한 것이나, 중국의 국민당 정부가 대만으로 쫓겨나면서도 62만점에 달하는 문화재를 옮겨간 것 등이 곧 애국하는 길이라고 소설은 강조했다.

소설에선 실제의 일화로 호암 이병철 회장이 국내 미술가들의 주요 후원자로 국전 출품 신예작가들의 작품을 대거 구매해 작가들의 길을 터준 것이나 용인에 있는 수장고의 작품들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작품속 예술가 상산은 "용인 수장고에 보관된 작품들은 그때부터 사모은 것들인데 언론들은 마치 불법 자금으로 사놓은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며 언론의 보도행태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또 소설은 지나가는 다른 산행객들의 말을 빌어 "수출 효자인 반도체 수출 세계 1위인 삼성이 국민을 먹여살리는데 국회에서는 무슨 특검법을 만들고 직원들을 마치 죄인인냥 검찰에 불러내 세계 1위자리가 무너질까 걱정이다"며 경제에 대한 걱정을 쏟아냈다.

최근에 쓰여진 이 소설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로 인해 세계 경제가 위축되고 있는 시점에서 '행복한 눈물'이라는 그림에서 눈물을 너무 짜내고 있다며, 한국경제를 걱정하기도 한다.

예술가 상산은 소설 속에서 호암미술관 개관 당시의 일화를 소개하며, 2차 대전과 한국전쟁 과정에서 일본으로 유출되거나 파괴될 수 있는 국보를 모은 호암에 대해 애국자로 평가하고, 결국 진보성향인 운산도 이들에 동조하는 것으로 얘기는 끝난다.

'행복한 눈물 밑의 웃음'의 의미에 대해 작가는 "현재 행복한 눈물로 인해 벌이지는 일들의 속내를 보면 웃음거리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며 "많은 사람

들이 '행복한 눈물'이라는 그림을 보면서 웃음 밖에 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희곡 작가이자 소설가인 이길융씨는 실제 1980년대 문화부 산하 경주사적관리소장을 지내면서 본인이 겪었던 일들을 소재로 소설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종착역의 표상' 등 장편과 '강도공화국' 등 단편소설을 출간하기도 했다. 한국소설가협회 중앙회원, 한국희곡작가협회 고문, 한국문인협회 회원, 국제PEN회원, 서울 연극협회회원으로 있다.

한편, 월간문학은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가 1968년 11월에 창간해 올해로 41년째를 맞는 협회 기관지로 초대 주간은 김동리, 편집장은 김상일씨 등이 맡았었다.

시·소설·희곡·수필·아동문학·평론 및 해외문학의 번역 소개 등 여러 장르의 작품을 소개하고, 문학 일반에 관한 소식이나 문인들의 동정 등도 실었다. 그밖에도 3대문학상으로 한국문학상·윤동주문학상·조연현문학상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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