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 합병 10년, 너무 커서 좋다더니…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 2008.04.04 09:23

리드 전 회장 "그룹출범 실수" 회고

메가뱅크가 한국 금융권의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대의 은행인 씨티그룹이 오는 6일부로 합병 10주년을 맞는다.

세계 최대 공룡은행의 탄생을 시끄럽게 알렸지만 결과는 지금 매우 좋지 않다. 씨티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투자로 엄청난 손실을 입고 만신창이가 된 상태다. 트래블러스그룹과의 합병을 이끌었던 존 리드 전 씨티코프 회장도 '씨티그룹 출범은 실수였다'고 회고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4일 고정란 '숏 뷰'(짧은 논평)을 통해 씨티의 과거 10년을 다뤘다.

FT는 10년전 씨티와 트래블러스 그룹의 합병을 환영했다고 회고했다. 세계 금융시장과 금융사를 재정의하기에 충분한 거대 금융그룹의 탄생이었다는 것이다. 처음에 이같은 기대는 들어맞는 듯 했다.

씨티는 단일 창구를 통해 지금까지 은행에서 취급하지 못했던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등 원스톱 서비스를 선보였다.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구분하도록 했던 '글래스 스티걸 법'의 종언을 고하기도 했다. 은행의 경계를 합병으로 한방에 허물어 버린 것이다.

"합병으로 탄생한 새로운 씨티는 너무 커서 망하지 않는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하지만 합병을 보는 불안한 시각도 있었다. 일부에서는 '너무 좋아서 망하지 않는 은행'이 되도록 강제적인 규제가 뒷받침돼야한다고 조언했다.

토실토실하게 살이 찐 원스톱 은행이 아니라 '통제불가능한 거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시장이 좋았고 합병 씨티가 순항하자 이같은 우려는 철저하게 무시당했다.

씨티의 이같은 문제는 증시에서 비교적 잘 반영됐다. 씨티는 10년동안 S&P500지수를 30%, S&P금융주지수를 25%나 각각 밑도는 수익률을 냈다. 단순 주가는 16% 하락했다. 가장 영리한 생명체로 불리는 증시마저도 늦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9월까지 씨티가 업종 평균보다 더 높은 프리미엄을 받고 거래된 것이다.

실체가 드러난 씨티는 날개없이 추락했다. 합병 초기 씨티가 부도(디폴트) 난다는 생각은 아무도 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로 취급받고 있다. 씨티의 크레딧디폴트스왑(CDS, 부도위험에 대비해 가입하는 보험료)은 과거 한때 미재무부채권과 7.54bp가 안되는 갭을 보였다. 이는 씨티가 정부보다 안전하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지난주 베어스턴스 위기가 나타났을 때 CDS는 250bp로 폭발했다. 지금도 150bp 언저리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금도 망가진 씨티를 두고 너무 커서 망할 수 없다는 '대마불사'식의 생각도 있다. 씨티의 부도는 금융시장 시스템의 붕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시각이다.

이 때문에 은행에 대한 규제가 지금보다 대폭 강화돼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규제 강화는 은행 입장에서는 미래의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FT는 10년이 지난 지금 씨티의 합병은 '파우스트의 거래'(물욕을 위해 규제 원칙 등 포기해서는 안되는 소중한 가치를 파는 거래)로 드러났다며 시장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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