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 합병 주역 존 리드 "씨티그룹 출범은 실수"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08.04.04 08:59

"합병은 슬픈 이야기"

씨티코프 최고경영자(CEO)로서 샌디 웨일 트래블러스 그룹 회장과 씨티그룹 출범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존 리드(사진)가 "씨티코프와 트래블러스의 합병은 실수였다"고 회고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4일 보도했다.

리드의 이 같은 발언은 합병 10주년인 4월 6일을 이틀 앞두고 나온 것이어서 더욱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리드는 비크람 팬디트 씨티그룹 CEO의 막중한 책임론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1998년 4월 존 리드가 이끌고 있던 씨티은행은 샌디 웨일의 보험과 증권 사업 부문을 영위하던 트래블러스 그룹과의 합병을 계기로 세계 최대 은행으로 거듭났다. 당시 양사의 합병은 금융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세기의 합병'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두 업체의 결합은 세계 100여개국에 28만명의 직원과 2억명의 고객을 확보한 초대형 금융종합그룹 씨티그룹의 탄생을 가져왔다.

당초 존 리드와 샌디 웨일은 합병 씨티그룹의 공동 회장겸 CEO 직함을 갖고 씨티그룹의 경영권을 공유했다. 그러나 하늘의 태양이 두개 일 수 없듯이 월가의 승부사로 불렸던 웨일은 리드를 누르고 씨티그룹의 단독 회장겸 CEO로 올라섰다.

월가의 생존 본능을 잘 파악하고 권모 술수에 능했던 웨일은 이사회에 자기 사람 심기 전략을 통해 리드를 몰아낼 수 있었다.

당시 웨일은 사외이사 중 가장 영향력이 컸던 AT&T의 마이클 암스트롱 회장의 지지를 교묘하게 이끌어냈다. 결국 리드는 2000년 이사회에서 웨일과의 경영권 다툼에서 패해 정들었던 회사를 떠나게 됐다.


리드는 "씨티그룹의 합병은 '슬픈 이야기'(sad story)로 판명났다"며 "양사의 합병은 실수로 여겨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주들과 직원들은 확실히 혜택을 입지 못했고, 고객들 역시 지점들이 과거보다 해이해지면서 수혜를 입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씨티그룹의 주가는 지난 1년간 무려 50% 이상 추락했다. 씨티그룹은 서브프라임 관련 손실로 지금까지 20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상각하며 300억달러 규모의 자본 확충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씨티그룹은 규모가 적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나 JP모간체이스보다 가치가 낮다는 굴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리드는 지난해 12월 CEO로 등극한 비크람 팬디트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드는 팬디트에게 씨티그룹의 국제 소비금융 부문과 카드 부문 등 회사 분리와 관련된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드는 이에 대해 자세한 언급을 회피했다. 그러나 "팬디트가 회사의 문화를 재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씨티그룹이 오늘날 겪고 있는 어려움은 최고조에 달해있고, 경영조직은 뿌리채 흔들리며 약해져왔다"면서 "몸이 면역 체계를 잃는다면 무엇인가 큰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씨티그룹이 겪는 문제는 건전한 경영 관리 감독의 부재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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