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액의 '중외', 남다른 전략..세계서 승부

머니투데이 이기형 기자, 김명룡 기자 | 2008.04.04 09:21

[우물안 제약사, 세상밖으로]<5>중외제약

↑ 이경하 중외제약 사장
"중외제약은 수액, 주사제 등을 병원에 공급하는 호스피탈 서플라이(Hospital supply) 분야에서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수액은 생산규모가 세계 5위안에 든다. 기술력에서는 세계적인 수액업체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이경하 중외제약 사장(사진)의 첫마디다. "중외는 일반인들에게 큰 변화가 없는 것 같이 느껴지는 제약사 같다"라는 멘트에 되돌아온 답변이다. 이 사장은 "전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만이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늘 하던 분야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려고 노력하면 그것이 진정한 변화”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제약사를 신약 회사, 제네릭(복제약) 회사, 그리고 호스피탈 서플라이 회사로 구분했다. 중외는 3번째에 속하며, 미국의 박스터(Baxter)사나 일본의 오츠카 등이 대표적인 회사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장치산업이 필요하고, 수요가 모자랄 경우 제때 공급할 수 없는 특징이 있다.

'링거액'으로 불리는 수액은 중외와 역사를 같이한다. 고 이기석 중외제약 창업주는 1945년부터 수액원료를 수입, 가공판매했다. 1959년에는 국내 최초로 수액제 국산화에 성공했다. 국내 기초수액 시장(900억원)에서 중외의 매출은 500억원 규모다. 60%에 가까운 점유율이다. 없어서는 안될 '퇴장방지의약품'으로 국가가 지정했지만 적자사업이다. 지난해에도 6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 중외제약은 세계 5대 수액제조업체 중 하나다.
수지상으론 접어야 마땅한 이 사업에 중외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2006년 1400억원을 들여 충남 당진에 최신시설을 갖춘 세계 최대규모의 수액공장을 만들었다. 이 사장은 "적자나는 국내 사업이 아니라 해외시장을 고려한 과감한 투자였다"고 강조했다.

중외의 수액사업은 필름을 사다가 내용물만 채우는 게 아니라 필름부터 완제품까지 전과정을 수직계열화했다. 이를 바탕으로 국제 경쟁력을 확보했다. 내년부터 5년간 4000만달러 규모의 수액을 일본에 수출한다. 일본 등에 필름만을 수출하기도 한다. 한 개의 수액용기에 두세가지 종류의 수액을 담아 사용직전 터트려 사용하는 2챔버, 3챔버 기술은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를 유럽 등에 수출하기 위한 준비가 진행중이다.


이 사장은 "국내 제약사 수출의 대부분은 동남아 중남미 등인데 우리는 유럽 미국 선진국으로 간다"며 "수액분야는 카피나 라이선스 도입없이 우리 고유의 독보적 기술로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 중외제약 당진 수액공장.
이 사장은 기초수액은 필수의약품의 자급력 측면에서도 중요한 분야라며 보건당국이 적자가 나는 현 상황은 타개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기대했다. 그는 "선진국에서도 기초수액 가격이 낮다고 아우성이지만 우리는 그 수준의 절반수준"이라며 "선진국은 고사하고 우리보다 경제수준이 낮은 베트남에 수출해 재미를 보고 있다면 더이상 할말이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중외는 신약개발 분야에서도 다른 제약사와 전략 자체가 다르다. 이 사장은 "기존의 약을 어떻게 하는게 아니라 세상에 없는 메카니즘을 연구하고 있다"며 15년이상 연구해온 윈트 시그널링(Wnt signaling) 분야를 소개했다. 병의 원인되는 세포의 신호전달 체계를 연구, 신호전달을 막는 표적물질을 개발하는 방법이다. 그는 "지금까지 상당한 진전이 있으며,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항암제, 항염증제, 알츠하이머 치료제 등 다양한 분야에 이 연구결과가 응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중외제약의 다양한 수액제품, 친환경소재인 Non-PVC제품들이다.
제네릭(복제약)을 해도 마찬가지다. '이미페넴'은 1987년 특허가 만료된 MSD의 세파계 항생제로 특허가 만료된후 10년동안 제네릭이 출시되지 않을 정도로 원료합성이 어려웠다. 중외제약은 2004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이미페넴 제네릭을 만들고 '프리페넴'이라는 이름으로 제품을 출시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222억원. 프리페넴은 올해말에 수출이 가시화돼 내년에 유럽에 시판하고, 2010년에 미국에 출시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장은 지난해 중외홀딩스의 출범과 관련, “회사별로 전문적인 분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주회사로 전환했다”며 “각자 목적에 맞는 문화와 조직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중외홀딩스를 통해서 필요하다면 공격적인 투자도 나설 예정이다. 적절한 대상이 나오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인수합병(M&A)에 나서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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