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최고층 건물이 주거용, 부동산의 왜곡

이현석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 2008.04.03 12:11
국토해양부의 2008년 업무보고에서 눈에 띄는 항목 중 하나는 도심 내의 주택공급확대다. 방법은 역세권에의 용적률 상향조정, 층고완화 등을 통한 고밀복합개발을 제시하고 있다.
 
이같은 고밀복합개발에 대한 이론적 배경은 압축도시이론(compact city theory)이다. 팽창적 신도시건설의 부작용인 이동거리와 환경부하 문제를 완화하고 도심의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해 보자는 생각이다.
 
도심 고밀복합개발의 대표적 사례로는 일본 도쿄의 롯본기힐스나 미드타운을 꼽는다. 오피스, 상가, 문화위락시설, 그리고 도심의 공동화방지와 활력증대를 위해 주거시설이 적절히 어우러져 있는 사례다.
 
그러나 우리의 도심복합개발은 상당히 다른 양상이다. 서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여의도 63빌딩이었다. 현재는 순위가 바뀌어 제일 높은 건물은 주거시설이 90%에 이르는 주상복합건물이다. 상업지역에 업무용 빌딩이 아닌 주상복합으로 포장되어 들어선 아파트가 최고층 건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부동산시장의 왜곡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하나의 상징이다.
 
우리 부동산은 분양 상품 위주다. 개발자금의 대부분을 분양을 통해 최종소비자에게 의존하는 구조다. 과거에 10년 혹은 20년 이상 장기로 부동산개발에 대출하거나 투자하는 금융이 취약하기에 나온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분양성이 가장 뛰어난 상품은 아파트다. 본연의 용도인 오피스가 지어져야 할 상업지역에 조차 초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서게 된 이유다.
 
상업지역은 상업 그 밖의 업무의 편익증진을 위하여 필요한 지역을 말한다. 지속된 주거 위주 개발은 결국 우리의 금융과 서비스산업 성장에 필요한 기본 인프라인 오피스의 절대적 부족을 야기하고 있다. 상업지역에는 상업업무시설이 중심이 된 개발이 기본이고 주거시설은 부수적이어야 한다.

 
또한 임대운용위주의 상품인 오피스의 건립을 위해서는 장기 금융의 활성화가 필수적이다. 일본의 도심고밀복합의 사례에서 보듯이 공공이 뒷받침하는 도심재생펀드와 같은 제도적 지원도 절실하다.
 
역세권개발이나 복합개발이라는 이름하에 상업지역에 초고층 아파트를 계속 늘려 가는 것은 핵심을 비켜 가는 해법이다. 이는 오피스시장의 과열에서 보듯이 도심 토지이용의 왜곡을 초래하며 문제를 전이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주택문제는 주거지역을 중심으로 풀어 나가야 한다. 도심의 주택수요를 해결하기 위한 근원적 공급 책은 재개발 재건축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용적률과 층고에 대해 근본적이고 획기적 차원에서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지역별, 그리고 위계별로 도심의 재개발 재건축 단지에 대해서 초고층 고밀개발의 허용을 선별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규제완화로 인한 개발이익의 환수는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이 도심 주택공급의 걸림돌로 작용해서는 곤란하다. 확대되는 수요에 미치지 못하는 지속적 공급부족은 언젠가는 훨씬 더한 부담으로 되돌아옴을 우리는 이미 몇 차례 경험했다.
 
지정된 용도지역에는 그 용도에 걸맞는 건물이 들어섬이 순리이며, 도심 주택공급은 주거지역의 재건축 재개발에서부터 풀어 나감이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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