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 따라가기 vs 빠져나오기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 2008.04.03 08:29
미증시가 급등 하루만에 소폭 하락 반전했다. 대형 양봉 이후 음봉이 형성됐다는 것 자체가 썩 좋은 현상은 아니다.

엔/달러환율만 102엔대로 올랐을 뿐 전날 보여줬던 나머지 변수들은 주가 상승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국제유가(WTI)와 금값이 올랐고 S&P500 변동성 지수(VIX)도 상승했다. 달러인덱스는 떨어지고 유로화는 강세를 나타냈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뒤쫓을 때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코스피지수가 1740선으로 상승하면서 지난달 저점(1537) 대비 13.4% 상승했지만 시장을 따라가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비록 신용위기 문제가 진정국면으로 접어든다고 해도 경기 둔화 또는 침체 문제가 여전히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주가 상승세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판단하고 있다.
IMF이후 처음 무역수지가 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다 급등하고 있는 물가가 소비 위축을 불러내면서 국내 경기가 둔화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면밀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경계론을 펴고 있다.

주식은 꿈을 먹고 사는 속성이 있다. 전날 주가가 급등했어도 1800선까지 10% 정도 더 뜰 것으로 보는 정도라면 따라가는 것보다 발을 빼는 게 더 나은 방법일지 모른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상하원 합동 경제위원회에서 "경기침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록 베어스턴스 이후 투자은행의 추가 파산 위험은 없다고 했지만 소비지출 부진이 미국 경제의 부담이 된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의 2/3를 차지하는 소비가 둔화된다면 경기는 살아날 수 없다. 미국 경기가 둔화된다면 아시아 수출국은 그 영향을 피할 길이 없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촉발된 이후 신용경색, 금융기관 파산이 화두였다면 앞으로는 경기와 실적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미국 금융권에 추가 부도가 없다고 해도 부실이 모두 드러난 것은 아니며 신규 자금 조달로 인해 연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 가격과 주가 하락에 따라 부(富)의 효과가 사라진 상태에서 주택 구입자에게 1만달러의 세금을 환급해주는 조치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이미 미국은 소득 이상으로 소비를 늘려왔기 때문에 과소비의 후유증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에는 과소비의 후유증 가능성이 높고, 중국에는 올림픽 이후 실물경기 위축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 영향을 주는 미국과 중국 경기에 문제가 생긴다면 서브프라임 같은 금융위기와는 또 다른 차원의 얘기가 된다.

2085부터 1537까지 26% 하락한 주가가 다시 전고점으로 오르려면 하락률의 2배인 52%가 상승해야 한다.
과연 신용경색이 일단락됐다고 해서 예전과 같은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1537에서 바닥을 쳤다는 확신이 대부분이지만 1800선으로 오른 것이 버블 에코(Echo)에 불과하고 다시 저점을 깨고 내려가는 일이 벌어진다면 상당기간 주식과 거리를 두는 게 상책일 지 모른다.

추세 상승장에서는 주가가 급등을 반복하기보다 꾸준히 오르는 게 보편적이다. 다우지수가 수시로 급등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추세를 역행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일 수 있다.

쉬었다 가는 장세인지 빠져나오는 것이 상책인지 결단이 필요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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